학내 관심 모았던 인권헌장 공청회, 어떤 발언 나왔나
학내 관심 모았던 인권헌장 공청회, 어떤 발언 나왔나
  • 김찬수 취재부 차장
  • 승인 2020.10.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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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권헌장·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 열려

16일 공청회 열려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집중 논쟁

대학원생 처우 개선도 논의돼

인권헌장·인권지침 표현 수정 제안

지난 16일(금) 교수학습개발센터(61동)에서 학생처와 인권센터 주최로 ‘서울대 인권헌장·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오전 9시 30분 정효지 학생처장의 개회사로 시작해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공청회 사회자는 정효지 학생처장(보건학과)이 맡았으며,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와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가 ‘서울대 인권헌장’(인권헌장),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지침’(대학원 인권지침)을 각각 발제했다. 또 인권헌장 세션 좌장은 유홍림 사회대 학장(정치외교학부)이, 대학원 인권지침 세션 좌장은 이준호 자연대 학장(생명과학부)이 맡아 패널토론을 주재했다. 이번 공청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지정된 12명의 패널로만 대면 토론자를 구성했다. 공청회 이전에 질의 의사를 밝힌 이들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ZOOM으로 비대면 질의 및 토론을 진행했고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온라인 참여가 이뤄졌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인권헌장 제3조 1항*과 대학원 인권지침 제13조 1항*의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패널로 참가한 중앙집행위원회 인권연대국 박시현 국장(경영학과·19)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는 이미 학생사회 내에서 합의된 사안”이라며 “인권센터에서 6월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약 93%의 학생들이 인권 규범 제정을 찬성했고, 반대한 이들도 규범의 실효성 부재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강우성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제이기 전에 다른 존재를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말하는 차별의 논리는 없어야 한다”라며 “평등권의 소극적 보장보다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을 정확하게 처벌하는 것이 헌장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현재 인권헌장 제3조 2항에는 이런 부분이 미흡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승호 교수(언어학과)는 “이번 인권헌장은 젠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자유라는 대학의 가치를 억압하며, 대학을 젠더 이데올로기의 실험실로 만든다”라며 “토론의 광장이 회복돼야 한다”라고 독립적인 인권헌장 협의체 개설을 제안했다. 이어 ZOOM 토론자로 참석한 이화연 씨(윤리교육과 박사과정)도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반대자의 존재를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라며 인권지침 제정에 반대 의견을 비쳤다.

인권헌장 공청회 논의가 일부 조항에 다소 치우쳐 진행됐지만, 학내 구성원의 보편적 인권 개선을 위한 의견도 제기됐다. 인권헌장 세션에서는 서울대 내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규범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노동조합 정진숙 정책국장은 “이번 인권헌장이 교수와 학생에게 집중된 경향이 있다”라며 “서울대 내 적지 않은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조교들의 경우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장 제정 주체들이 조교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인권헌장에 이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해 주길 바란다”라며 그간 논의에서 주변화된 조교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기초과학연구원 김준 연수연구원은 “연구를 할 때 실험동물에게 밥을 주고 연구 장비를 닦는 등의 업무를 맡는 테크니션들이 있다”라며 “학내 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하는 규범을 제정하면서 이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원 인권지침 논의에 ZOOM 토론자로 참석한 전승연 씨(보건대학원 박사과정)는 “대학원 인권지침 공지에 학내 외국인, 장애인을 위한 조치가 부재해 아쉽다”라는 소감과 함께 “다양한 약자들이 인권지침에서 배제된 것 같다”라며 인권지침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헌장과 대학원 인권지침 내 표현상의 문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무영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인권헌장 제5조*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내포하지만, 이 내용이 각각 제4조*와 제6조*에 포괄되는 것 같다”라며 “중첩되는 내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라고 수정을 제안했다. 또한 교수협의회 노상호 기획이사(치의학과)는 “대학원 인권지침 제6조에 지도교수와 더불어 연구책임자가 나온다”라며 “연구책임자가 지도교수와 다르면 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노상호 기획이사는 “제12조*에 명시된 ‘개별 활동’의 정의가 다소 모호한데 여기서 사적인 활동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생처는 이번 공청회를 학내 구성원들과 보편적인 인권 기준을 공유하고 더 나은 대학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권헌장과 대학원 인권지침의 제작을 맡았던 홍성욱 교수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홍성욱 교수는 “규범의 구체성과 추상성 가운데 적절한 합의지점을 도출해 인권 보장이 실현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부에서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추후 진행될 절차 논의에 참고할 예정이다.

 

*인권헌장 제3조 1항: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과 학교,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대학원 인권지침 제13조 1항: 서울대학교는 대학원이 입학, 학업, 연구·장학금·조교 등의 기회와 관련 처우 등을 포함한 대학원 모든 과정에서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학교·학과, 연령,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한다.

*인권헌장 제5조: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인권헌장 제4조 1항: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인권헌장 제6조 1항: 학생은 학업과 진로를 위해 교수 및 대학으로부터 적절한 지도와 조력을 포함하여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학원 인권지침 제6조 1항: 지도교수와 연구책임자는 대학원생이 자신이 참여한 연구·창작에서의 기여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학원 인권지침 제12조 1항: 지도교수가 제11조 제2항에서 정하는 개별 활동을 수행하는 데 대학원생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 지도교수는 그 업무 내용과 조건을 대학원생에게 설명하고 협의하여야 한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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