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학내 연구소를 파헤치다 3. 환경-지속가능발전소, 대기환경연구소, 환경계획연구소

기후 변화, 도시화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현세대는 불과 몇 세대 전과는 매우 상이한 자연·사회 환경에 놓인 채 살아간다. 학내 연구 기관에서는 바람직한 ‘환경’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대학신문』에서 알아봤다.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지켜내는 녹색 환경

‘지속가능성’은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됐다. ‘친환경’이 지구촌의 새로운 표어로 떠오른 지금,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살피는 ‘지속가능발전연구소’가 관악캠에 있다.

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지난 2009년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출범했다.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윤순진 소장(환경계획학과)은 “연구소 이름이 너무 길면 인쇄할 때 토너가 많이 드니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라는 농담을 던지며 작년에 이름을 현재의 지속가능발전연구소로 바꿨다고 밝혔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뜻의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1987년 국제연합(UN) 산하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간한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정의됐다. 이후 지속가능발전은 △환경 △경제 발전 △사회적 형평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정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순진 소장은 “지속가능발전의 세 기둥 간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윤순진 소장은 최근에 서울대의 대학 경영을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 순위 발표에서도 대학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한 윤순진 소장은 대학이 평가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작년 서울대 지속가능성 예비연구를 시행하고 올해부터 보고서 발간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산하에는 △지속가능발전교육연구센터 △온실가스·에너지 종합관리센터 △지속가능발전환경연구센터 △적정기술센터 △지속가능발전정책연구센터 △지속가능발전이론연구센터 등 6개 센터가 △교육과정 운영 △대중 소통 △연구 활동 △개발도상국 기술 지원 △서울대 온실가스 배출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윤순진 소장은 “이번에는 연구소 산하 사회공헌센터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라면서 탄소 순배출량이 ‘0’인 상태인 ‘넷제로’(Net-Zero) 실현에 서울대가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민국 기후, 어디까지 변할까?

기록적인 한파, 최장의 장마, 기록적인 미세먼지 수치…. 기상 이변이 더는 놀랍지 않은 오늘날, 대기 현상과 기후를 연구하는 관악캠퍼스의 ‘대기환경연구소’를 찾아갔다.

대기환경연구소는 1991년 자연대 부설 연구소로 설립된 후 1998년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산하로 개편돼 지금까지 연구 활동을 지속해 왔다. 대기환경연구소 허창회 소장(지구환경과학부)은 “장마·이상기온·미세먼지·기상예보와 같이 사회적으로 관심 높은 주제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장의 장마 등 올해도 어김없이 기상 이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허창회 소장은 “기후 변화를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북미 대륙과 같은 큰 규모에서나 나타날 법한 온갖 기상 현상들이 한국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국이 기후 변화 최대 피해 예상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기후 변화는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허창회 소장은 “기후 변화는 평균적인 기상 수치의 변화도 수반하지만, 실제 피해는 양극단 수치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가령 평균 기온이 1℃ 상승한다면, 평균 기온의 변화 그 자체보다는 최고·최저 기온의 변화가 수반하는 피해가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속도에 맞춰 방재(防災) 시스템이 변할 필요성도 있다. 허창회 소장은 “내가 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시간당 30mm면 비가 엄청 많이 오는 것으로 배웠는데, 지금은 강수량이 시간당 100mm도 넘는다”라면서 “태풍 횟수도 향후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 방재 시스템이 과거 수치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허창회 소장은 “방재 시스템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올해 수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환경연구소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허창회 소장은 “대기과학은 기초과학 분야 중에서도 실생활에 밀접하게 와닿는 분야”라고 말하면서 “기상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설명하고 예측함으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로 일상이 뒤바뀌는 현시대에 대기환경연구소에 주어진 임무는 어느 때보다도 막중해 보인다.

 

도시 개발 속에서 공간 환경을 논하다

한국인 다수는 도시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생활한다. 사시사철 우리를 둘러싼 도시의 공간 환경을 연구하는 관악캠의 ‘환경계획연구소’를 찾아갔다.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환경계획연구소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이뤄진 한국의 도시화로 인해 발생한 도시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성종상 소장(환경조경학과)은 과거 우리나라 도시 계획의 미진함을 거론했다. “우리나라는 그저 개별 필지 차원에서 ‘건축법’만 지키면 도시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지적한 성종상 소장은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하면 우리는 건물 간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경계획연구소는 도시 설계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며 탁월한 성과를 냈다. 일례로 환경계획연구소는 1980년대 강남 일대 개발 시기에 도시 설계 가이드라인을 주도적으로 마련했다. 당시 환경계획연구소에서 담당한 또 다른 설계 사업으로는 포항 효자동 주택단지와 광양 금호동 주택단지가 있다. 성종상 소장은 “당시 주거단지 설계로서는 굉장히 앞서가는 개념들이 들어 있었기에 오래됐어도 인프라가 여전히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공간 설계를 이토록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종상 소장은 “사회적 관계와 건강은 물리적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다”라고 말한다. “인간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영국의 전 수상 처칠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건강함’ 역시 도시 공간 환경의 조성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 인구 비율이 50%가 넘는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획일성 속에서 ‘주거 정체성’이 실종됐다는 것이 성종상 소장의 판단이다. 거주 공간이 ‘삶의 터’이기 이전에 상업적 영리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 환경권과 주거권 보장, 나아가 환경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성종상 소장은 앞으로도 ‘환경 조성과 건강’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환경계획연구소는 항상 학문에 융복합적으로 접근해 울타리를 깨뜨려 왔다”라고 강조한 성종상 소장은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서린 연구원(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도 “환경계획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들을 연구함으로써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연구자로서 느끼는 보람을 표현했다.

 

우리 주변 ‘환경’은 매섭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변하는 환경만큼이나 그에 빠르게 대처하고자 학내 연구소들은 오늘도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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