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위상과 대학 교육의 미래를 묻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범지구적 유행이 시작된 올봄, 교육계는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으로 개학과 개강에 큰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시점에는 등교 수업과 대면 강의 재개 문제가 떠올랐다. 코로나19가 대학에 가져온 변화를 검토하고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인문대는 13일(금) ‘팬데믹 너머, 대학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제2회 인문대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7명의 연사가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대학의 위상과 미래’, ‘대학의 자유와 윤리’, ‘대학 교육의 변화와 역할’의 세 세션으로 구성됐다.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팬데믹 이전, 대학이 직면한 위기

심포지엄에서는 우선 코로나19 이전부터 대학이 여러 문제를 직면하고 있었음이 지적됐다. 먼저 학생과 교원의 수급, 그리고 재정과 관련한 문제가 논의됐다. 이석재 교수(철학과)는 “학령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근미래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소하는 학령 인구와 낮아지는 대학원 진학률은 학문후속세대 양성 문제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전임교원 역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천현득 교수(철학과)는 “대학에 대한 재정 압박이 심해지고 있으며, 학과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 요구 역시 증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가 대학이 직면한 심각한 운영상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학 교육의 효능과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천현득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대두로 인해 대학 졸업자가 주로 담당하던 직무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학 교육의 효능이 의문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 교육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천 교수는 “기업이나 사회는 대학이 자신들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라며 “전통적인 대학 교육의 이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이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대학 교육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대학 역시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온라인 교육, 변화의 신호탄을 쏘다

한편,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온라인 수업 도입 등 대학 교육 양상이 변화하면서, 대학이 기존에 직면했던 문제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미래의 교육 현장에 온라인 기반 교육이 도입될 것이며 교육 현장이 디지털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 설세훈 대학학술정책국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원격 수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온라인 교육은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지 못했다”라며 전망과 현실 사이에 간격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규제의 틀 속에서 그간 대학의 온라인 교육은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를 활용한 수업이나 eTL 시스템을 통한 평가 관리 등 소극적인 시도에 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급진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발표자들은 전면적인 온라인 교육이 갑작스럽게 도입되며 그간 교육계가 겪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가 여럿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상의 어려움을 비롯해 온라인 강의를 뒷받침하는 서버, 촬영 장비 등의 제반 환경이 문제시됐다. 특히 이석재 교수는 “비대면을 통한 의견 교환과 공감에 한계가 있다”라며 전통적인 대면 교육을 시행하지 못하면서 소통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며 온라인 교육은 대학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설세훈 국장은 “대규모 전염병 속에서 불가피하게 전면적인 온라인 교육이 시행되며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개선돼 학생과 교수자 모두 온라인 교육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온라인 교육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도 이뤄졌다. 교육부가 온라인 교육 인프라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대학이 온라인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설세훈 국장은 “원격 수업 규제를 거의 전부 풀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며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원격 수업과 관련해 대학 간 협업과 공유를 통한 혁신을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교육이 기존의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서 전통적인 대면 교육과 위상을 나란히 하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대학의 미래를 준비하다

대학의 위기에 대응하고 팬데믹 이후 대학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학령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문제에 대해서는 온라인 교육이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천현득 교수는 “온라인 교육이 현재 대학 제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라며 “비용이 저렴해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수월하고, 온라인 학위 과정을 통해 학생을 추가 모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온라인 교육은 학문 생태계를 훼손하고, 대학을 상업화한다는 해석도 있다”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전통적인 대면 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후에 온라인 교육이 일정 수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나아가 대학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 효능이 의문시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유재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교양 교육이나 학생들의 학문적 기초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대를 넘어 국내 연구중심대학 일반의 문제기도 하다. 유 교수는 대학 교육이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이를 갖추면서도 소통 능력과 사회적 책임감 양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학과나 전공의 벽을 낮추고 열린 학부 교육을 지향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공 교육, 교양 교육, 인성 교육, 창의성 교육, 사회 봉사를 모두 묶어서 제공해야 한다”라며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강준호 교수(체육교육과)도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학생들이 한 인간으로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학은 사유하는 인간, 성찰하는 인간, 실천하는 인간을 양성해야 한다”라고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학과 간 구분에 얽매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하지 못한 기존의 대학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학 교육의 효능을 되찾기 위한 방안이 제안된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대학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코로나19가 재조명한 대학 교육의 다양한 현안을 검토하고, 팬데믹 이후 대학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팬데믹이 만든 공간 속에서 대학의 미래, 특히 학부 교육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지속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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