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농생대 석사과정ㆍ산림자원학과)

시간을 쪼개어 주말에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정수년씨의 첫 해금(奚琴) 콘서트를 관람하였다. 연주가 모두 끝난 뒤에 정수년씨가 마이크를 잡으며 하는 말이 감명깊었다. 자신은 중학교 때부터 해금이라는 악기를 배우게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해금을 마음 깊숙한 곳에 가라앉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의 깊은 바닥에서 해금을 다시 꺼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겨운 일이다. 정수년씨의 말처럼, 매일매일 음을 찾기 위해 악기 연습을 해야 하고, 전혀 진전이 없는 경우에도 항상 악기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의구심과 회의를 극복하여야 자신만의 이론과 가치관 정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면서 실험실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는데, 여느 이공계 대학원생과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나와서 실험실을 청소하고, 수업준비를 하고, 논문 읽고, 논문을 쓰고, 실험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깜깜해진 하늘을 보며 일기장에 그날그날 한 일들을 적으며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곤 했다.

관성적인 시간표 속에서 간과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사소한 일도 지나쳐버리지 않고 관찰하고 사색하면서 조금 더 나은 것들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았더라면 실험에서건, 생활에서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작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한 야구선수 이치로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동일한 준비동작을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방망이를 손에 단단히 그러모아 쥐고, 크고 둥글게 팔을 2회 돌린 후 방망이를 귀 가까이 대고 투수와 공을 응시한다. 그러고는 날아오는 공을 끝까지 주시하며 치고 달려 나간다. 이치로의 기록 경신도, 매일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평소의 생활습관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실험노트를 펼쳐 연월일을 적으면서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고민하고, 계획한다.

또한 실험할 때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우울해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결과보다 더 소중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실험을 하다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이 자신의 미래를 옭아매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상적인 행동, 일상적인 말들이 주변사람뿐만 아니라 행동의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이 한 데 뭉쳐 개개인의 습관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데,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는 평소의 습관에 기인하게 마련이다. 사물과 주변 일들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통찰력을 길러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습관이 연구자에게는 필요하다. 일백년도 채 안되는 삶을 온전히 누리려면 ‘좋은 습관’이 지배하는 일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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