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월 28일(수) 등록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제62대 서울대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보궐선거 시행 전까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체제가 유지된다. 연석회의는 단과대 학생회장이나 동아리연합회 회장 등 학생 대표자 중 두 명이 의장과 부의장을 맡아 각각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체제다. 현재 연석회의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한 혼란 속에서 총학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고 있다. 명확한 비전과 지도력을 가진 총학의 부재로 인해 학생사회는 혁신의 동력을 잃었으며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총학의 활동과 학교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선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총학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총학은 선거에 출마하기 이전부터 전체 학생, 그리고 학교의 발전 방향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다. 이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그리고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약을 세운다. 학생들은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당선된 총학은 여러 학생 대표자와 함께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당선된 총학은 학생과 본부 사이의 소통을 꾀하며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임무를 수행한다. 반면 연석회의 의장단은 전체 학생의 합의를 거쳐 당선된 것이 아니기에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거나 학생사회의 발전 방향 등을 제시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연석회의 체제의 특성상 충분한 숙고를 거친 의사 결정이 어렵다. 이미 직책이 있는 학생 대표자가 의장단을 겸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학생 대표자로서의 업무와 의장단으로서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의장단의 피로도는 상당하며, 의장단이 자주 교체된다. 따라서 중대한 학생사회 현안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 대표자들이 일관되게 참여하고 논의를 주도하기 힘들며, 그로 인한 혼란과 불이익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학생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와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총학이 나타나기를 마냥 기대할 수만은 없다.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총학과 총학 후보가 사퇴하는 일이 연거푸 발생하면서 학생들은 총학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무산 사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며, 학생들을 위해 활동할 총학의 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총학은 본부에 학생 공동체의 입장을 전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강하게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존재다.

학생들은 학생사회 현안에 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총학을 향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현재 연석회의를 향한 호응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 그리고 내년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해 학생사회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학생이 노력해야 한다. 학생대표자 등 학생사회에 발 담그고 있는 이들 역시 학생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등 학생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기 위해 힘써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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