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학장 인터뷰 | 인문대 이석재 학장(철학과)

지난 12일(목) 두산인문관(8동)에서 만난 인문대 이석재 학장(철학과)은 “취임한 지 120여 일 정도됐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모교에 기여할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Q. 임기 동안 어떤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가?

A. 학장 취임 이후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현대 한국을 바라보기 위해 ‘신(新)한국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한국학은 국악, 국사, 국문학, 태권도 등으로 좁게 이해됐다. 그러나 인문학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가 몸담은 현대 한국 사회를, 더 나아가 한국이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의 개인, 그리고 한국은 전통 가치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인문대에서는 동서양의 전통과 문화를 아우르는 맥락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신한국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현재 주제별 연구팀을 가동해 각자의 연구를 소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는 ‘한국 사회 공정(公正)의 문제’ 등 다양한 전공이 협업할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됐다. 궁극적으로는 신한국학 주제별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부생들도 참여할 기회를 만들 예정이다.

Q. 현대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은 더 편리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인문학을 통해서만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들이 많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 경로 추적이나 백신 개발 등 과학적 지식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학 지식이 답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 사회 구성원의 건강을 중시할 것인가, 혹은 이를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하는가는 가치의 문제이기에 과학이 답을 줄 수 없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백신을 비싸게 팔아 그 재원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보급할 수 있다면 비싼 가격에 백신을 살 사람들에게 우선 구매권을 줄 것인가 등에 대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인문학은 이런 질문을 다루는 학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인문학적인 고민이 중요한 시기다.

Q. 교육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로 의견 나누기’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교육자의 뜻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육자가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고서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보다, 교육자의 생각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질문의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인데, 이때 학생과 교육자 사이에 오고 가는 질문과 논의가 인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Q. 인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과학 기술의 발전이 부각되면서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반문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 공부는 필수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관악은 그런 고민을 하라고 있는 공간이고, 학생들은 이런 환경에서 인문학적 탐구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또한 인문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인문학자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부 기간에는 내가 누구고 어떤 가치가 중요하며, 어떤 삶의 경로가 있는지를 마음껏 탐색해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한다. “되돌아보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학생들은 언젠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만 갖고 교문을 나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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