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호(경영대 교수ㆍ경영학과)

관악의 잔설이 아직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지난 겨울의 혹독함을 드러내어 놓고 있지만, 싱싱하고 애띠어 보이기까지 하는 새로운 식구들의 화사한 옷차림이 어느덧 신학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부터 열린 세상을 새로 경험하게 될 신입생들이 지니고 있을 무한한 가능성이 부러운 한편, 그래서 이 싱싱한 젊은이들이 인생에 있어서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 겪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제 막 대학생활을 마친 이들이 필자에게들려준 아쉬움을 정리해 보았다.

이미 부분적으로 경험해 보았겠지만 신입생들에게 봄은 정말 정신없는 계절일 것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시간표 짜기, MT 가서 처음으로 동기와 선배와 부딪쳐 보기, 여기 저기 수업시간마다 강의실 찾아 헤매기, 갑자기 높아진 강의 수준에 좌절 맛보기 등. 겨우 학교 생활에 적응이 됐나 싶을 때는 벌써 여름방학이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과를 잘못 택했다며 적성 탓을 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겪게 되는 상황이며, 따라서 결코 적성 탓도 아니요, 내가 모자란 탓도 아니다. 다만 미리 준비하지 못한 채 대학 생활을 맞닥뜨린 결과일 뿐이다.

내가 만약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삶의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싶다.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살고 싶다. 목숨 걸고 살지 못하는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 무서운 기세로 이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목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4년 간의 큰 시간표를 작성하리라. 그때 그때 동기들과 선배들이 추천하는 소위 만만한 과목들로 내 소중한 학비를 낭비하지 않겠다. 4년 뒤의 내 모습을 그리는데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과목들로 시간표를 채울 것이다.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면 전공과목 위주로 알차게 듣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다양한 수업에 참여하리라. 수강하는 과목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강의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성적도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다.

내가 만약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꼭 동아리 활동을 해 보겠다. 대학에서는 같은 과 사람들 외에는 사실 만나기 힘들다. 과 사람들과는 같은 관심사와 전공을 가졌으니 쉽게 친해지겠지만, 그만큼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므로 그런 이들을 이해하고 보듬는 방법을 배우기 힘들다. 하지만 동아리는 다르다. 여러 단과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취미 활동을 함께 한다.

내가 만약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응용학문을 다루는 분야보다는 인문 기초 사회과학을 다루는 학과에 입학하고 싶다. 전공공부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지식을 쌓고 싶다. 특히, 젊어서 읽지 않으면 결코 나중에 읽을 수 없는 고전 명작들과 대가들의 명저들은 꼭 학부시절에 읽어야 한다. 그런 책들은 책의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그 책에서 보여주는 비전과 프레임을 마음에 담는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온 과정과 마음가짐이야 어떻든, 일단 즐기고 부딪쳐 보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4년 뒤의 듬직한 내 모습을 그려 보면서, 부지런히 이 봄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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