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학습권 침해 실태를 살펴보다

학습권은 ‘원하는 것을 학습할 권리’와 ‘필요한 교육을 요구할 권리’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배울 권리인 교육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권리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을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사례와 그 해결책을 『대학신문』에서 알아봤다.

 

'교수자 재량' 성적평가에 학습권 뺏기는 학생들

성적평가 시 교수자에게 지나치게 큰 재량권이 주어져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학칙에는 학업 성적을 교수자가 △시험성적 △과제평가 △출석상황 △학습 태도 등을 참작해 부여한다고 써 있다. 또 성적 등급은 A는 20%~30%, B는 30%~40%, C 이하는 30%~50%의 비율을 기준으로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에 불과할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거의 모든 성적 등급의 비율과 평가 방식이 교수자의 재량에 맡겨진다는 뜻이다. 특히 명확하지 않은 시험 범위와 평가 기준으로 인해 학생들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A씨(국어국문학과·18)가 지난 학기 수강한 전공필수 강좌에서는 매 수업이 학생 발표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이 제출한 발표문으로 시험공부를 하게 됐다. 그런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주어진 시험 범위와 대체로 무관한 문제로만 출제됐고, 그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학점을 받았다. A씨는 “시험 범위와 평가 기준이 모호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수업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수업의 교수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시험범위 내에서 출제했다”라고 답했다.

시험 범위와 평가 기준이 교수자 재량으로 크게 변동돼 혼란을 겪은 사례도 있다. B씨가 들었던 수업에서 교수자가 학기 초 처음 올린 강의계획서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출석 대체 과제를 통해 성적이 부여된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수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일주일 전에 취소됐으며, 이후 교수자는 평가 기준에 대해 “별도의 시험 없이 한 학기 동안 수행한 과제를 토대로 성적을 부여한다”라고 공지했다. 공지가 올라온 것은 이미 10번의 과제 제출이 이뤄진 후였다.

학생들의 피드백은 교수자에게 이를 전달해 학습의 질을 높이는데 이용될 수 있다. 성적 이의제기는 학생이 교수자에게 자신의 성적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주요한 피드백 통로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신이 왜 해당 성적을 받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성적에 대한 이의제기도 할 수 없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D씨는 전공 수업에서 교수자가 성적 정정 기간이 끝난 뒤에 성적을 공개해 이의제기를 하지 못했다. 학사과 관계자는 “교수자들이 성적 정정 기간 마지막 날에 성적을 공개하기도 한다고 해서 놀랐다”라면서도 “성적 처리 기간을 안내하긴 하지만, 수업과 성적은 모두 교수자의 자율성이 큰 부분”이라고 답했다.

 

비대면 수업... 그 후 우리의 수업은?

교수자의 불성실한 수업 태도로 불편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사태 발발 이후 비대면 수업 체제로 강의가 운영되면서, 교수자의 불성실한 수업 태도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월 시행된 원격수업지침 제3조 제2항에는 “원격수업의 학점당 학습 시간은 주별 50분 이상으로 하며, 강의 진행 및 콘텐츠 재생 시간은 25분 이상이 되도록 구성돼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 1학기 비대면으로 이뤄졌던 한 수업에서 교수자가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2페이지 내외 에세이 과제만을 12주 동안 부여한 바 있으며, 이런 사례는 비단 이 한 수업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E씨(언론정보학과·19)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다”라고 말했으며,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은 불성실하게 수업에 임한 교수자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대면 강의를 들었던 F씨는 “수업 자료가 수업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수님이) 했던 말을 반복하셔서 학생들이 집중할 수 없었다”라며 “낮은 강의력을 수업 중간중간에 돌발 질문으로 무마하려 해 부담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을 수강한 G씨는 “교수자가 다른 수업 자료 없이, 음성만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설명이 너무 불충분해 학습 내용을 따라가기 벅찼다”라고 답했다.

한편,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수 개인의 역량 강화 향상을 위해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과의 상호작용 방법 또는 실시간 화상강의 방법 등으로 구성된 교수법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법 콘텐츠 참여율은 2018년도와 2019년도 모두 전체 교원 중 4500여명 중 약 6%로 비교적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습권 침해, 그 해결책은?

학생의 수준 차를 고려한 학점 부여 방식으로 평가 방법을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H씨(자유전공학부·19)는 “성적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성장 여부여야 한다”라며 “학생마다 수준 차가 있기 때문에 그 학생이 수업을 듣기 전과 후를 비교해 다른 학생들보다 발전이 크다고 판단되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정철 교수(교육학과)는 “교수자는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라며 “학생들은 이 수업을 듣기 전과 후에 내가 얼마만큼 실력이 향상됐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새로운 학점 부여 방식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서울대의 학습권 침해 실태를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봤다. 학교 구성원 전체의 노력으로 앞으로의 수업장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더욱 증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