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올해부터 방침을 바꿔 1학년에게 필수로 이수하게 했던 ‘대학영어’를 20학번부터 선택으로 이수하게 했다. 근래 대학영어가 선택 과목이 되면서 세분화됐고, 학생들은 원하는 영어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됐다. 서울대도 대학영어를 선택 과목으로 바꾸고 세분화해 영어 과목 수강을 학생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현재 서울대는 입학 시 TEPS 성적이 일정 수준 이하인 학생들에게 ‘대학영어1, 2’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기준이 되는 TEPS 성적은 입학일 이전 정기 TEPS 성적 또는 신입생 TEPS 특별시험 성적 중 최고 성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외 학기 중에 개인이 취득한 TEPS 성적으로는 대학영어 분반을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대학영어 과목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규정이 학생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점과 대학영어 과목의 이수 기준을 결정할 때 재학 중 TEPS 성적을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아 대학 생활 중 학생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여지를 닫아둔다는 점이다.

대학영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학영어1’은 학문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많은 경우 영어는 학문 심화 과정에서 쓰인다. 그러나 이는 대학영어 과목을 ‘강제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이수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를테면 동양사학과 같은 학문에서는 중국어와 한문의 중요성이 더 크다. 이런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영어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공부를 하고자 할 때 필요한 선택 사항일 뿐이다. 

또한, 대학영어 수업이 진정 학문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영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입학 이후의 영어 성적을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입학 전 우수한 영어 실력으로 대학영어 이수를 면제받고 영어를 등한시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입학 이후 영어 실력이 향상한 학생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입학 후 취득한 TEPS 성적으로 대학영어 교과목 면제를 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는 대학영어 수강을 단과대마다 필수로 규정하지 않고 모두 선택제로 바꾼 다음,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업 역시 주제별로 세분돼 진행되므로 교수 역시 보다 전문적으로 수업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과목이 자신에게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이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의 자율성을 보다 보장하고 수업 질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영어 수업을 학문의 기초 외국어 영역의 단과대별 필수 과목에서 선택 과목으로 바꾸기를 바란다.

 

유용식

윤리교육과·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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