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았다 언 얼음이 더 위험하다”
“녹았다 언 얼음이 더 위험하다”
  • 대학신문
  • 승인 2020.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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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未曾有)의 전염병 대유행으로 사회 각 부문이 모두 난관에 봉착해 있지만, 집단생활이 불가피한 군의 경우 어려움이 남다를 것이라 쉬 짐작할 수 있다. 『대학신문』이 지적한 바 있는 장병(將兵)들의 ‘심리적 방역’ 문제는(『대학신문』 2020년 9월 28일 자) 지난 10월 12일부로 휴가·외출이 전면 정상화되며 어느 정도 해결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겨울철 제3차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이 또한 재차 통제되지는 않을지, 더 나아가 장기화되는 보건안보 위협으로 인해 국군 본연의 책무인 군사안보 위협 억제에 혹여 소홀함이 생기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래의 30대 초·중반 군필자들에게는 복무 중 휴가나 외출이 ‘잘렸던’ 경험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 배경에는 지금과 같은 보건안보 위기가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2015년 8월의 중부전선 국지전 위기와 같은 군사안보적 긴장국면이 있었다.

오늘(23일)은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난 지 꼭 열 돌이 되는 날이다. 당시 ‘고시생’을 빙자한 한량 생활을 즐기고 있던 필자는 대학동 독서실 지하에서 동생의 전화를 받고 소식을 접했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원 및 민간인 각 2명이 숨을 거뒀고, 그간 잊고 있었던 전쟁의 공포가 한동안 우리 사회를 엄습(掩襲)하게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다소 놀라우리만치 진전되던 남·북·미 간 해빙(解氷)의 분위기는 작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두어 달 있으면 출범할 미국의 새 행정부는 대북관계에 있어 현 정권 수준의 파격과 과감(果敢)을 보이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제껏 수뇌부에 의한 하향식(top-down) 결단으로 형성됐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향후 예상되는 상향식(bottom-up) 협상에서는 더 큰 어려움이 생길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오판할 경우, 3년 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악몽이 자칫 재현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녹았다 언 얼음이 더 미끄럽고 날카로워지듯이, 잠깐의 해빙 이후 맞게 될 시련이 훨씬 혹독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군 장병들의 휴가·외출 통제에도 유사한 비유가 적용될 수 있다. 근래 들어 영내 사병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는 등 임무 영역 외에는 개인의 사생활을 가급적 보장하는 추세가 지속돼 왔다. 군 당국의 전면적 휴가·외출 통제조치는 이런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장병 개개인의 개별적·구체적 형편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방침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전히 많은 제약이 뒤따르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한결 자유로워진 병영생활을 영위하던 장병들이 체감한 스트레스는 더욱 컸을 터, 이는 소위 ‘정신전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3차 유행이 지속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될지라도, 풀린 얼음이 다시 응고되지 않도록 당국이 알맞은 소금을 준비해주길 기대한다.

입영 중인 필자의 사촌동생 역시 가족 잔치를 앞두고 휴가를 나오지 못해,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통화로나마 달랜 바 있다. 서울대는 물론 우리 사회 공동체에 소속된 많은 구성원들이 지금 이 순간 전국 방방곡곡의 부대 및 기관에서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10년 전 필자를 전율케 했던 그 날의 사건을 상기하며 이들의 노고와 희생에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함과 함께, 2020년대에는 부디 그러한 일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고용준 간사

삽화: 유지원 기자 uz1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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