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2020년 우리나라의 모습을 상상해 그렸었다. 그때 나는 자고 일어나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자동차,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로봇의 도움을 받아 잘만 걸어 다닐 수 있는 세상, 싸우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세상을 그렸다.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그런 세상을 바랐었다.

연구소 연재도 그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을까? 하는 궁금증. 학내의 여러 연구소에서 무엇을 연구하는지 취재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갈지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 봤으면 했다. 사실 끊임없이 바뀌는 이 환경에서 나부터 뭘 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내가 그린 그림은 마냥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었다. 자동화 기술 분야의 전문가에게 들은 얘기는 놀라웠다. 변화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으며, 말을 하지 않아도 로봇이 사용자의 욕구를 파악해 물건을 집어 주기도 한다. 인간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어딘가 두려운 눈빛을 내비치는 나에게 그들은 “세상은 그리 빨리 변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했지만, 그건 그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한 인문대생을 향한 비웃음, 그리고 왜 이런 변화를 손 놓고 보기만 하고 있었냐는 꾸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편하게 살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살 수 있는 미래 자체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노력 없이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에 학내 연구소에서는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 속에서 우리가 작게나마 할 수 있는 게 없을지 찾아보면서.

이렇듯 외부 환경은 미래에도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신체의 건강은, 우리 마음의 건강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고 잘 늙을 수 있을까? 행복연구센터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의 문을 두드리고 그 답을 전해 들었다. 행복이나 건강한 노화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으면, 댓글에서는 항상 사람들이 싸운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향해 날을 세운다. 건전한 논의나 토론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자신이 수혜자가 되는 복지 제도는 당연한 것이고, 타인이 수혜자가 되는 제도는 세금 낭비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갈등만 조장되는 정치와 복지 담론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까?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복지연구소에서 우리 정치와 복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앞으로 무얼 해야 할까? 고도화되는 기술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심해지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나와 용화랑 기자는 기사로 질문을 던졌다. 답은 독자들이 할 차례다. 내가 먼저 미래를 살짝 엿보고 왔으니, 이제 같이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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