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스토킹 처벌법의 필요성과 입법 현황을 알아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총 2,75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3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와중, 제21대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명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1999년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된 이래, 20년이 넘도록 번번이 국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에 『대학신문』은 스토킹 처벌법의 입법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스토킹 처벌법이란?=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이 살인 등의 중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가해자를 처벌해 피해를 예방하려는 법안이다. 스토킹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현재,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에 불과한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위를 법으로 확정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이수정 위원(경기대 범죄심리학과)은 “스토킹 처벌법이란 스토킹의 범위를 규정해 이를 위반한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 등 임시조치를 취하고, 이것까지 위반하면 구속 등 처벌 조처를 하는 법률”이라며 “이를 통해 범죄 예방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처벌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의 경우 수사 일선에서 가해자를 구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수정 위원은 “관련 법령이 미비해 처벌이 약한 것은 입법이 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일선에서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도 문제”라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원은 “스토킹은 살인 같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초기에 예방해야 한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스토킹 처벌법, 이번에는?=스토킹 처벌법의 필요성은 20년이 넘도록 강조돼 왔지만,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입법을 위해 넘어야 할 두 관문 중 하나는 입법부의 무관심한 태도다. 이수정 위원은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1999년은 이성에게 적극적인 모습이 용기로 미화됐던 시대”라며 입법 실패 원인을 인식 부족에서 찾았다. 한국젠더법학회 윤진숙 학회장(숭실대 법학과) 역시 “스토킹은 차별적 사회 구조라는 고질적 문제와 연관돼 제정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젠더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스토킹이 살인 등 중범죄로 계속 이어져 법안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라며 “21대 국회에서 일곱 건의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되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 발의에 앞장서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스토킹 처벌법이 넘어서야 할 또 다른 관문으로 법률적 문제가 꼽힌다. 승재현 연구원은 “스토킹 처벌법은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다”라며 “범죄의 범위를 넓히면 피의자가 위헌 법률 재판을 신청할 수 있고 범위를 좁히면 법을 적용하기 어려워져 피해자 보호가 힘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번에 발의된 여야의 법안 모두 스토킹을 당사자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조성하는 행위라 정의하는 등, 큰 틀에서 유사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라며 통과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스토킹 처벌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스토킹 처벌법이 입법된다고 해도, 법이 뿌리를 내려 제 기능을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도 이 중 하나다. 윤진숙 학회장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타파하지 못한다면 입법이 무색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수정 위원도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도 결국 입법을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라며 “입법 후에야 판·검사를 상대로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비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처벌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스토킹 처벌법의 핵심 골자를 이루는 임시조치가, 비교적 낮은 처벌 수위가 낮은 가정법원에서 진행되는 탓이다. 이에 이수정 위원은 “가정 법원에 형사부를 두는 식으로 법원 조직법을 개정하는 법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다면 임시조치 위반 시 구속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 말했다. 승재현 연구원은 임시조치를 위반했을 때 충분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는 “가해자가 임시조치를 위반하는 것은 재범 가능성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며 “임시조치 위반 시 구속을 비롯한 실질적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법안에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재현 연구원은 법안이 가해자의 처벌에만 지나치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위치 추적 장치로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라며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승 연구원은 “단순 처벌로는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다”라며 “스토킹의 근본 원인은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스토킹이라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가해자의 인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라며 “적절한 치료 감호 체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0년이 넘도록 꾸준하게 제기됐지만 논의는 여전히 종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젠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법안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을 때다. 더 이상은 헤드라인에서 예고된 피해자를 만나지 않도록, 이번에는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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