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차별금지법제정촉구 4대 종단 기도회’와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 집회를 그리다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달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권고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잃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지난 11일(수)을 '평등절'로 선포하고 집중 행동을 시작했다. 『대학신문』은 차제연이 주최하는 '차별금지법제정촉구 4대 종단 기도회'와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 집회 현장을 찾았다.

 

⃟따로, 또 같이=비가 쏟아질 듯 흐린 지난 17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상생’을 외쳤다. 기도회는 “종파와 종교의 형식을 떠나 하나 되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정혜실 차제연 공동대표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 김선명 교무는 “만물이 존중받는 세계를 위해 종교인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불교의 이고득락*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서 활동하는 한 가톨릭 신자도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지 말고 용기를 내 성소수자가 겪는 수모와 고통을 덜어주기를 희망한다”라 호소했다.

*이고득락(離苦得樂):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4개 종단 기도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4개 종단 기도회

 

⃟형태만 같은 믿음=한편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개신교 내의 분열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장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개신교인이 등장한 것이다. 기도회 내내 한 개신교인은 “차별금지법 제정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성소수자는 지옥에 갈 것이라 성경에 나와 있다”라며 “마약에 빠진 사람과 같이 성소수자 권리 신장에 찬성하는 사람도 구원해야 한다”라는 혐오표현을 쏟아냈다.

영광제일교회의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차별 철폐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보수 개신교계를 비판했다. 이 목사는 “보수 개신교계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한 성경 구절은 일곱 군데 정도로, 성경의 방대한 분량을 생각하면 적은 편”이라며 “그것만으로 성경이 성소수자를 차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타인을 차별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지하면 이 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외쳤다.

일부 개신교인은 모든 종교계 종사자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편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동환 목사는 “모든 개신교인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신자의 주장이 과대 대표돼 마치 개신교 전체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신자들이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부연했다. ‘무지개 예수’라는 단체를 통해 기도회에 참여했다는 A씨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하는 신자 역시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어 집회에 왔다”라며 “앞으로도 종교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논의의 장이 활발하게 열리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진=지난 19일 강남역에서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 집회 참가자 중에는 이틀 전 기도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국회는 평등으로 환승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깃발을 들었다. 그들은 2인 1조로 지하철 칸에 흩어져 탑승해, 칸 내부를 걸어 다니며 문구를 홍보했다. 

참가자들은 강남역·구의역·신촌역 등에 하차해 침묵시위와 낭독을 진행했다. 신촌역에서는 연세대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의 김이희윤 씨가 지난 8월 성소수자 인권 지지를 표명한 전광판 광고가 훼손된 곳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무지개행동’의 성명을 읊었다. 참가자들은 전광판 앞에서 여러 자세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분위기로 집회를 이어갔다.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집회 현장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집회 현장

 

두 집회에는 모두 평등한 사회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차별 없는 세상의 도래를 염원했다. 특히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차별을 받고 있는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집회의 의미를 더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박한희 변호사는 “법적 성별과 보이는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컴투게더의 김이희윤 씨 역시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사회에 인간적인 존중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집회에 임했다.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는 다양성을 상징한다. 두 집회를 통해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무지개 무늬 옷과 피켓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가 다채로운 색깔로 빛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이호은 수습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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