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붙이는 춘곤증 치료제’ 민병준(경제학부ㆍ00)

춘삼월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때늦은 추위가 신학기의 설렘마저 꽁꽁 싸매어 숨겨둔 것은 아닌지…. 서늘한 바람이 잠잠해지면 어느새 찾아올 봄의 마법 ‘춘곤증’. 그것을 이겨낼 무기를 준비해보자. 머리 속을 맑게 휘저어줄 앨범을 하나 소개한다. 인디밴드 「My Aunt Mary」(메리)의 「JUST POP(2004)」.

메리가 결성된 지는 10년 가량 되었다고 한다. ‘인디씬’(인디밴드들이 활동하는 장)에서 「언니네 이발관」, 「3호선 버터플라이」만큼 인정받는 팀이다. 99년에 1집, 2002년에 2집, 그리고 2004년에 여기 소개하는 3집 「JUST POP」이 발매되었다. 재능있는 풋내기들이 1집을 내고, 1집의 어설픈 면을 극복하면서 2집을 내며, 마침내 노련한 음악적 역량이 여실히 반영된 3집 음반을 내게 된다. 메리에게 3집은 이와 같은 최고의 음반이 되었다. 메리는 이 3집으로 2005년 제2회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이승철, 「클래지콰이」 등과 나란히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였다.

앨범은 총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사로운 봄볕 같이 귀를 감싸오는 인트로로 시작해 파란색의 활기로 이어지는 곡들이 앨범 전체를 점령하고 있다. 3번 「골든 글러브」는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에 삽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해져 있다. 브라스 반주의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 순간에 난 다시 일어서. 내게 남겨진 시간을 준비하겠어!’라고 결의에 찬 다짐을 하는 힘찬 노래이다. 8번 트랙 「4시 20분」은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바라는 보컬의 진솔한 마음이 오롯이 묻어나오는 차분한 재즈풍의 곡으로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 이 밖에도 5번 트랙 「소꿉친구」, 6번 트랙 「원」, 7번 트랙 「파도타기」, 11번 트랙 「싫증」 등은 한 번에 귀에 쏙 들어오고 느낌이 상쾌하다.

이 앨범의 타이틀인 「공항가는 길」은 헤어짐을 앞둔 연인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한다. 하림의 「출국」처럼 애절한 이별은 아니다.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짐을 살며시 놓아주기 위한 바람을 상쾌한 멜로디 위에서 노래한다. ‘이른 새벽, 공항으로 향하는 차창 너머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 또 다른 길을 가는 그녀가 슬퍼하지 않기를….’

앨범 전체에서 구현된 사운드는 인디 밴드의 앨범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다. 「U2」나 「스매싱 펌킨스」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와 「불독 맨션」, 「체리 필터」 등이 추구하는 명랑한 록 리듬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있다. 여기에 인디밴드 특유의 솔직한 가사가 어우러졌다.

이제 따분한 듯 찌푸린 인상을 풀고 메리의 노란색 음악을 들으며 춘곤증을 쫓아보자. 사랑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접근한 가사, 흥겨운 리듬, 부드러운 기타 사운드와 장쾌한 브라스 소리의 조화 등이 봄의 나른함을 없애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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