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문고’ 다시 태어나다
‘안승준문고’ 다시 태어나다
  • 대학신문
  • 승인 2020.11.29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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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민세영 사서
중앙도서관 민세영 사서

1960년 4월 19일 당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였던 경무대 앞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도서관으로 향하던 안승준(당시 상과대학 3학년)은 종로에서 학생들이 밀려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즉시 학교로 달려가 상과대학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경무대 앞에서 총성이 들린 뒤 모두 포복을 하고 도주하는 때에도 그는 “비겁하게 도주는 맙시다, 정당한 우리 의사의 관철을 굽히지 맙시다”라고 부르짖었고 이후 경찰의 총탄을 머리와 어깨에 맞고 세상을 떠났다. 4월 19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목숨을 내놓은 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지난 5일(목), 중앙도서관에서는 4·19 혁명 당시 희생된 안승준을 기리는 ‘안승준문고’ 복원 기념식을 개최하였다. 오세정 총장을 비롯한 학내 주요 인사들과 학생 대표, 안승준 동문의 유족 및 동기들이 참석하였다. 1960년 그날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한줄기를 살아온 산증인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당시 『대학신문』에 따르면 1962년 상과대학 학생회에서 안승준 동문을 길이 추념하고 그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자 기념탑 대신 상과대학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500환씩 갹출해 문고 기금을 마련하여 안승준문고를 만들고, 해마다 4·19 기념식에 맞추어 문고 봉정식도 개최했다고 한다. 그러나 1975년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하여 캠퍼스를 종합화함에 따라, 안승준문고도 다른 분관의 장서와 통합되면서 잊히고 말았다.

중앙도서관에서는 지난 6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 서울대인과 서울대 도서관의 경험> 특별전을 개최했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전쟁 70주년, 4·19 혁명 60주년, 전태일 열사 50주기, 5·18 광주민주항쟁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고, 역사의 주요 순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서울대인과 서울대 도서관의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마침 이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안승준문고를 발굴하고 복원할 수 있었다. 

안승준문고 복원 기념식에 참석한 안승준의 동기 이선호 씨(1958년 입학)는 1964년 5월 안승준 추념식에서 상과대학 도서관에 설치됐던 기념패를 되찾게 된 사연도 들려줬다. 1994년 6월 어느 주말, 서울사대부고 출신인 그는 북한산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서울사대부고 조규삼 교장과 마주쳤다. 그때 교장이 “학교에 기념패를 보관하고 있는데 1958년 입학 동기의 것으로 보이니 확실하면 인수 절차를 밟고 서울상대 16회 동기 동창회 사무실에 보존하는 것이 더 의의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확인해 보니, 그것이 안승준 기념패였다고 한다. 서울 상과대학이 이전하면서 기념패는 옮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 기념패는 2017년 서울대 기록관에 기증됐다. 

또한 올해 83세인 최영식 동기도 그 날을 회상하면서 “대학시절 유일한 고교 동창의 죽음으로 나의 옆 빈자리는 채워지지 못했습니다. 매년 4월 18일이면 고교 동창들이 우이동 4·19탑에 모여 헌화하고 고 안승준 군을 추모합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자칫 4·19 정신이 잊힐까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이렇게 귀한 사업을 벌여주심으로써 젊은 후배들에게 4·19 정신을 되살려 주심과 동시에 고 안승준 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보존해 주어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안승준문고가 복원되기까지는 4·19 혁명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 많은 이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금 모금을 통해 안승준문고를 설치한 상과대학 학생회를 시작으로 기념패가 기록관에 오기까지의 여정, 4월 혁명의 정신을 잊지 않고 그를 기리며 살아가는 동기들과 유족들,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조명하고 기억하고자 특별전을 개최하고, 잊힌 안승준문고를 발굴하고 흩어진 책들을 찾은 도서관 등 모두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안승준문고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향후 안승준문고는 중앙도서관 본관 4층 단행본8자료실에 설치될 예정이다. 중앙도서관은 ‘일사’, ‘가람’, ‘상백’ 등 15개의 개인문고와 함께 안승준을 기리는 기념문고도 함께 보존할 것이다. 안승준 기념패의 글귀로 삼가 추모의 마음을 대신한다.

“진리를 하늘에 따지며 정의를 조국에 외친 영원한 4·19의 꽃 안승준 군의 넋이여 고이 잠드시라.”

 

'안승준문고' 복원 기념식 사진(사진 제공: 민세영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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