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광태 소극장, 종합예술의 현장을 찾아가다

『대학신문』은 지난 24일(화) 관악구에 있는 지역 소극장인 ‘광태 소극장’을 찾았다. 대학동 고시촌의 골목 지하에 위치한 광태 소극장의 작은 문 너머에서는 포근하고 아늑한 정취가 새어 나왔다. 극장 대표이자 연출, 극작, 배우 등을 동시에 맡고 있다는 조민 씨는 기자가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부터 소극장 운영의 꿈을 키워 온 그는, 광태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다른 극단의 운영과 배우 육성까지 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캐스팅과 같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청년예술인들의 지속적 예술 활동을 위한 지역 거점 사업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학‘동’의 소극장

대부분의 극장은 친구들이나 연인과 함께 연극 한 편 즐기기 좋은 ‘대학로’에 모여 있다. 하지만 광태 소극장은 대학로와는 동떨어진, 연극과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고시촌의 중심에 있다. 주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소극장을 운영하게 된 사연을 묻자, 조민 씨는 “근처에 살면서 고시촌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게 됐고, 지하 공간이 많이 비었음을 눈치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술집이나 음식점은 많지만 문화 분야에서는 거의 불모지였기에, 현재 대학로의 시초도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학동에 소극장을 차리게 됐다”라고 답했다.

지역 극장은 대학로 극장보다 지역민들의 접근성이 좋고 지역 거점 사업 등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지역 극장과 대학로 극장의 차이를 묻자, 조민 씨는 “지역 극장을 찾는 관객은 대학로 극장을 찾는 관객보다 연극 작품을 보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다”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쉬운 작품이 되지 않도록 연극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관객 대부분이 지역민인 만큼 관객의 스펙트럼도 넓다. 조민 대표는 “운영 초기에 왔던 한 노부부가 있었는데, 연극이 끝난 후 내 손을 꼭 잡으면서 감동적이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해줬던 좋은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이후에 관악구청 자원봉사센터에서 노인층을 대상으로 연극도 하고, 초대권 사용이나 커뮤니티 사업 등을 통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광태소극장 내부 모습
광태소극장 내부 모습

만능 예술 공간으로서의 소극장

광태 소극장은 단지 연극만 하는 곳이 아닌 사람 간의 소통이 이뤄지는 ‘휴머니즘’의 공간이기도 하다. 광태 소극장은 지역대관, 배우학교 운영, 지역 거점 사업 등을 통해 소통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외부에 극장을 대관하는 대신 지역 대관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민 씨는 “대관 사업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게 된다”라며 “인맥 형성이나 지역 단체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를 통한 극장 홍보 효과도 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올해로 6기째 ‘배우학교’를 운영하는 광태 소극장의 목표는 프로 배우 양성이다. 조민 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배우학교의 문을 두드린다”라며 “배우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프로 배우로 만들기 위해 연기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기술적인 시작점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를 찾는 과정이 연극인 양성의 핵심이 돼야 한다”라며 “많은 배우가 ‘나’를 잃고 배역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기에 ‘나’라는 자아가 있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광태 소극장은 자신만의 기준점을 갖고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들을 양성하고 있다. 

연극을 올리기 위한 고군분투

광태 소극장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조민 대표는 “언제 어떤 식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지 모르기 때문에 방역 문제가 가장 어렵다”라며 “구청에서의 지원도 문화사업에는 미치지 않는 까닭에 이를 기대할 수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연출할 때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는 것도 퍼포먼스적으로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긍정적인 성과들도 있었다. 조민 씨는 “코로나19 시대이기에 더 조심하면서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예술사업 관련 공모가 있으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기도 했다”라며 “서울 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코로나 긴급지원 사업 덕택에 〈변화인간〉이라는 작품도 공연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의 현실 또한 ‘연극’이라는 장르의 생존을 위협한다. 조민 씨는 “극장에서 촬영한 연극을 웹 드라마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연극이 지나치게 소비되는 문화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궁극적 목적은 이를 통해 연극을 접한 관객이 실제로 극장으로 올 수 있게끔 하려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시대적인 변화와 새로운 장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웹 드라마 형식의 작품처럼 무대와 카메라를 넘나들고, 배우들 또한 작가나 연출 등의 다양한 일을 맡아보며 아티스트로서 변화와 성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말에서 광태 소극장이 지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을 계속 품고 갈 수 있는 극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느껴졌다.

광태 소극장은 한계를 느끼고 그 한계를 돌파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곳이었다. 직접 수백 곡의 음악을 작업해가며 연극에 사용한다는 조민 대표의 말에서는 단순히 욕망으로 연극에 임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광태 소극장의 신념이 배어 나왔다. 텅 빈 광야에 태양이 환하게 비추듯, 광태 소극장이 대학동의 극장 성지로서 환하게 빛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