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김현경(동양사학과ㆍ03)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음 매연 나를 내려다보는 마천루 낮이면 이글거리는 포도를 달리는 성난 자동차 곁을 지나며 나는 언제나 괴로워하고 골치 아파하며 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부대끼며 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뒤통수로 느끼며 나도 생활의 가쁜 숨을 내쉬어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일과가 끝나 안식을 찾으려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집을 나올 것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다
  검은 밤에 나는 나의 방에서 쉬면서 창 밖을 바라본다

  세상은 잔인한 만큼 잔인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운 불빛들이 눈을 껌뻑이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소음도 매연도 없이 도시의 야경을 본다 두 눈 불 밝히고 성난 듯 달리는 자동차도 멀리서 보면 고만고만한 반딧불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창가에서 가까이 가면 사라져 버리는 도시의 원경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다
  힘없이 그 아름다움에 나를 기대지만
  창에 머리를 기댔을 뿐이다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자꾸만 창에 부딪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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