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합격 통보를 받은 뒤, 모든 학생은 서울대 공인 인증 영어시험인 TEPS를 필수적으로 치러야 한다. TEPS 시험 점수에 따라 영어 필수 이수 교양 교과목이 정해지고, 배정받은 강의를 듣지 못하면 졸업은 불가능하다. 신입생이든, 졸업을 앞둔 학생이든, 결국 모든 학생에게 필수 과목인 셈이다. 

필수 과목으로 선정돼 있는 만큼 중요한 영어 강의지만, 개설되는 영어 강의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크게 개설 강의 수 부족의 문제와 강의가 신입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개설 강의 수에 한계가 있다. 매년 신입생이 3천 명(2020학년도 기준 3,341명)이 넘게 들어오는 반면에, 실제 열리는 과목은 그 수를 모두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일부 영어 과목 면제점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재 개설되는 과목 수로는 필수 교양 교과목에 걸맞지 않은 규모의 강의가 개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강의가 신입생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해 살펴보면, 수강신청의 제한과 영어 과목 수준 변경의 한계로 나뉜다. 우선 수강신청에 있어서 첫째 날과 둘째 날 신입생만 신청이 가능하다. 앞서 살펴봤듯 영어 과목은 모든 학년의 학생이 들어야 하는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생들의 우선 신청으로 영어 과목 수강 인원이 다 차버리기 일쑤다. 신입생이 아닌 재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또, 영어 과목 수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신입생이 된 2개월 이내의 증빙자료가 인정된다. 입학 후 취득한 TEPS 성적으로는 영어 교과목 면제가 불가능하다. 대학에 들어와서 영어 수준을 일정 이상으로 올려놓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학문의 기초로 존재하는 영어 교과목 이수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오히려 학생들의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물론 서울대 대학영어 홈페이지에서 “영어 강의에 대하여 1학년 또는 단과대별 이수 학기에 미수강할 경우 졸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학생 본인에게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 돌릴 만큼 학교가 적절한 수강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지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계 계절학기에 영어강의는 전혀 열리지 않고, 신입생 때 영어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면 수강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영어 강의 수강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령 △동계 계절학기에도 영어 강의를 열어준다든가 △더 높은 영어 점수를 얻은 때에만 면제가 가능하게 해준다든가 △신입생용 영어 과목이 있듯이 재학생용 영어강의를 개설해준다든가 등의 방법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이 용이하게 수강신청 할 수 있도록 학교는 적극적으로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혜지

언론정보학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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