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를 마친 불타는 금요일 밤, 감바스와 바게트가 나오는 스페인 가정식을 집으로 배달시켰다. 오동통한 새우 한 입, 스페인의 국민 소스라는 알리올리소스를 듬뿍 바른 바게트 한 입을 물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지친 하루를 마무리했다. 힐링이 별건가. 이게 바로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한 힐링이자 안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잘 차려진 한 끼 식사가,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이, 온라인 쇼핑 한 번이 힐링이 된다.

그런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감바스, 토마토소스와 알리올리소스가 각각 담긴 플라스틱 통들. 플라스틱 숟가락과 포크, 그것들을 감싸고 있는 비닐들. 한 번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이렇게나 많은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나오다니. 기름이 번들거리는 플라스틱 용기는 물로는 제대로 닦이지 않아 설거지하는 수준으로 닦고 나서야 분리수거 통으로 들어갔다. 많은 포장 용기들을 정리하고 닦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야식으로 이 많은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배달 음식 메뉴가 피자, 치킨, 짜장면, 보쌈, 족발 등으로 한정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스테이크, 샐러드, 삼겹살, 육회, 마라탕 등 배달이 안 되는 것이 없다. 줄 서서 먹는 유명 맛집의 음식도 간편히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이제는 스타벅스 또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편의를 위해 집 밖에 즐비한 편의점의 간편식까지도 배달이 되는 세상이다. 또한 밀 키트를 배달해 간편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 내가 바로 셰프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혼밥’ 문화와 잘 차려진 식사로 자신을 대접하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로 인해 음식과 식자재 배달이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외식이 줄어든 대신 배달과 포장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편리성의 이면에는 배송 노동자의 고강도 노동 문제도 있지만, 과도한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라는 그늘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카페에서도 머그잔이나 개인 컵 사용보다 일회용 컵 사용이 증가했고, 온라인 소비의 증가는 포장재 사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로 플라스틱에 기반한 일회용품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죄책감을 호소하고, 정부나 지자체, 재활용 수거업체는 플라스틱 등의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 증가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이어져 동물과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결국 인체를 위협하며, 또 다른 팬데믹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재활용하면 되지 않나 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재활용 산업 자체가 침체를 겪고 있고, 다른 소재나 이물질이 섞여 있어 재활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물질을 없앤 후, 플라스틱에 부착된 라벨이나 비닐도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소비자에게만 맡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물론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겠지만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소비자가 원치 않아도 애초에 불필요하게 과포장된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고자 해도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병에 붙은 라벨을 분리하기 힘들게 제조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뻔한 이야기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노력, 과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려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노력, 친환경을 위한 정부의 정책 모두가 필요하다. 죄책감 없는 힐링을 위해.

유예현 간사

삽화: 유지원 기자 uz1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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