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황(膏肓)
가슴속에서 꽃이 피고 있어
송이가 풍성한
아마 작약일 거야
작약
발음할 때마다 연인의 애칭이 되는 꽃
끝에 걸리는 ㄱ은 강세의 첨사인 거야
십오세기 중세국어의 시절에서부터
아직까지 못 고친 그리움의 ㄱ인 거야
가슴 깊이 뿌리내린 작약
한 송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갈비뼈 안쪽을 꽉 채우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숨이 콱 막히는 거야
비행 직전의 열기구처럼
뜨겁고 벅차고 일렁이는 거야
오래 앓은 병 같은 작약
내 잠을 비료로 꽃잎을 열어
비가 오는 밤이면 비가 온다고
천둥 치는 밤이면 천둥이 친다고
바람 부는 밤이면 바람이 분다고
내 입술로 꽃가루를 퍼뜨리는 꽃
온몸이 기꺼이 둥근 화분이 되어
이진우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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