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국어국문학과)
이진우(국어교육과)

먼저 부족한 시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내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애인에게 사랑을,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한다. 사실 소설 가작의 소감을 제출하려던 찰나에 대학신문에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 아주 기뻤고 조금 난감했다. 소감으로 쓰려던 말은 다 썼는데, 다시 뭘 쓰나. 

나를 팔아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 17년 전 가족여행으로 남이섬에 가던 이진우. 남이섬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해서 물 위에 떠 있는 선착장에 올랐다고 한다. 다섯 살 이진우는 발밑이 둥실둥실 흔들리자 무서웠는지 바닥에 납작 주저앉아서 이렇게 울먹였다고 한다. “안 돼! 여태까지 살아왔는데,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생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한 어린이였다. 

어린 내가 그때까지 살아온 것이 아까워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더 자란 나는 아직 못한 일이 많아서 죽기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쏜살같아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심정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갈 길은 멀고 날은 짧을 듯해 조급해진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인생 길다고. 

생이 언제 끝날지 알 수는 없지만, 알 수 없으니까 충분히 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다만 꾸준히 하자. ‘공부를 하고 언어를 배우고 시를 쓴다’고 나를 소개한 적이 있다. 되도록 오래 그렇게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다. 적어도 쓰기가 고황(膏肓)에 들 때까지. 17년 후에 더 나이든 내가 오늘을 돌아보면 또 재미있지 않을까. 그날을 기대하며 좋아하는 작가 황정은의 소설 제목을 인용한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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