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는 것이 이름처럼 별 볼일 없는 것 같아도 되돌이켜 보면 삶의 거대한 변화를 앞질러 포착하는 예민한 촉수였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축적되어 어느 날 문득 놀랍도록 낯선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는 현실과 달리, 소설은 그 변화의 기미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우리 앞에 펼쳐보이는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소설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예감하기도 하고, 앞으로 걷게 될 길을 미리 가보기도 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덕분에 세상의 변화에 대한 감수성은 오히려 날카롭습니다. 제62회 대학문학상에 응모한 여러 작품들도 그러했습니다. 응모작 중에서 ‘젠더’나 ‘퀴어’ 등으로 수렴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은 그 문제가 당분간 우리 사회에서 치열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예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세계와 나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삶을 다루는 손길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과 비교하면 「경자를 위하여」와 「눈이 오고 있어요」가 삶을, 혹은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는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리 아플 것 같지 않다고 해도 고통을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큰 아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상처라 하더라도 섣불리 타인의 상처를 헤집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면, 두 작품이 보여주었던 신중하고 섬세한 태도는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당선작으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경자를 위하여」가 ‘경자’의 비밀을 두고 서서히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대목에서 독자들과 벌이는 밀당의 기술이 매우 효과적이었고, 성급한 의욕을 앞세우지 않고 성숙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당선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서영채 교수(아시아언어문명학부)

김종욱 교수(국어국문학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