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시나리오 응모작은 각각 1편뿐이어서 작년과는 달리 참여가 매우 저조했다. 응모 편수가 곧 작품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쉽게도 응모작 모두 수준에 미달했다. 희곡과 시나리오는 연극과 영화의 대본인 만큼 각기 연출을 위한 나름의 형식적 요건이 우선돼야 하며 주제 역시 현실성을 띠고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희곡은 상연을 위한 무대 조건, 즉 제한된 무대 공간을 설정하고 배우의 동선까지를 고려한 압축적인 사건 진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응모 희곡은 단막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나리오처럼 너무 많은 장면으로 조각나면서 하나의 사건으로 집약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제 역시 분명히 제시되지 못했다.

시나리오 응모작은 나름의 형식적 완결성은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물들 간의 사건 진행의 개연성이 결여돼 있어 일종의 회고적 연애담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고 말았다. 주제 역시 대학생의 젊음의 패기의 발현이라기보다는 관념적인 낭만적 사랑의 표출에 그쳐 버렸다. 작가 이상의 작품을 활용한 것 역시 응모자의 독서 취미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기 어려운, 장식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쇼트의 구성은 시나리오의 자격을 적절히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좀 더 현실적 고민을 담은 진지한 주제를 모색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양승국 교수(국어국문학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