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울대병원 본관(1동). 이곳에서 김기봉 교수(의학과)는 흉부외과 의사로 30여 년간 일했다. 심장을 잠시 멈추고 수술하는 *관상동맥우회술과 달리,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오프 펌프 관상동맥우회술’(OPCAB)을 도입해 사망률을 낮춘 것이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멈추지 않는 심장을 다뤘던 그의 직업처럼, 김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기봉 교수
김기봉 교수

Q.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학생들이 기피하는 과 중 하나로 알려진 흉부외과를 선택한 계기는?

A. 흉부외과의 업무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과를 선택할 당시에는 기피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과를 선택한 70년대 후반에는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수술이 심장 수술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의대는 본과 3학년 때부터 과를 선택하는데, 임상을 접하며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봤다. 청색증 때문에 얼굴이 파랗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던 아이들이 수술을 받고 나면 얼굴이 금세 발그레해졌다. 그런 극적인 모습을 보고 흉부외과를 선택했다.

Q. OPCAB의 도입 계기는 무엇인가?

A. 관상동맥우회술은 막힌 혈관에 새로운 혈관을 *문합해 피가 통하게 하는 수술이다.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직경 2mm 정도의 다른 혈관을 붙여야 해 매우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는 인공심폐기로 심장 안의 피를 보내고 심장을 멈춘 후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 경우 합병증으로 수술 결과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인공심폐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아 수술사망률을 낮추고 싶었다. 그래서 심장을 멈추지 않고 박동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OPCAB를 98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Q. 의학을 공부하는 후학에게 전하는 말은?

A. 대학병원 의사는 ‘academic surgeon’(연구, 교육, 수술 모두 담당하는 의사)이다. 똑같은 치료 방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변하는 의학에 발맞춰 수술과 치료법도 발전해야 한다. 수술의 사망률이 단 1%라도 5,000회의 수술을 진행할 경우, 50명의 목숨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수술 성과나 치료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연구활동은 자신의 치료방식에 대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다른 연구 결과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반평생을 매진한 의학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라 답했다. 인터뷰 초반 답변이 짧은 것에 대해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던 모습과는 달리 확고한 대답이었다. 담담한 대답에서 의학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관상동맥우회술: 막힌 관상동맥에 새로운 혈관을 붙여 심장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수술

*문합: 몸속의 장기들을 맞물려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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