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통해 한경혜 교수(아동가족학과)와 지난달 19일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학과 노년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중년과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지 연구해왔다. 그는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소통했던 때가 그립다”라며 “비대면 수업 때문에 제자들을 가까이 만나지 못한 상태로 퇴임을 맞이해 아쉽다”라고 전했다.

한혜경 교수
한혜경 교수

Q. 그동안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학생들과 함께 지나온 연구 여정이 기억에 남는다. 나를 포함해 의학자, 사회복지학자, 인류학자, 간호학자 등이 협력하여 진행한 100세 노인에 대한 연구를 강의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때 강의를 들은 한 학부생이 내게 연구 현장에 동행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흔쾌히 승낙했고 여름방학 일정을 함께 보내게 됐다. 학부생임에도 시골의 무더위를 견디며 연구 과정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모습이 기특했다. 학생들과 지방으로 연구를 떠났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마을 회관에 머물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르신과의 유대감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Q. 가족학, 노년학은 어떤 학문인지 소개해달라. 

A. 일상 속 중대한 의사결정은 대개 가족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가족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공동체다. 가족학에서는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 출산·결혼 등의 현상, 그리고 가족이라는 개념의 영향권에 놓인 사회의 모든 부분을 연구한다. 그 가운데 노년학은 인간 발달의 과정을 연구하는 인간발달학 중에서 중·노년기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다. 따라서 가족학과 노년학을 전공한 나의 주된 연구 주제는 가족 구성원이 중년층과 노년층을 지나며 경험하는 ‘노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Q. 가정 관련 학회에서 이사·학회장 직을 다수 역임했다. 그간의 학회 활동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A. 학회 활동을 통해 남미, 아프리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의 동료들과 만나 연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뜻깊었다. 각자의 연구 주제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맺은 소중한 인연은 동료뿐 아니라 친구로서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학회 활동을 통해 한국의 가족학과 노년학 연구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도록 이바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한 교수는 퇴임 후 1년 정도 더 노화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화 내내 자신이 매진해 온 연구뿐 아니라, 제자들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교수는 그간 인생의 후반부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행복을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연구했다. 그런 그가 퇴임 이후에는 행복을 위해 어떤 새로운 길을 걸어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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