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의대(81동)의 연구실에서 박용호 교수(수의학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국립수의과학연구소의 연구원부터 시작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등 뜻깊은 보직을 수행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박용우 교수
박용우 교수

Q. 수의학과에 진학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우선, 희망 연구 분야 때문이었다. 공중위생 관련 질병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했다. 사람의 질병은 동물에게서 처음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법 역시 먼저 동물에게 적용해본 후, 성공 시 사람에게 적용하므로 동물에 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두 번째로는 잠재성이 풍부한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수의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의학은 세계 각국에 비해 학문적으로 잘 연구되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연구할 분야가 국내에 많다는 점에서 잠재성이 있다고 느꼈다. 아울러 유학을 하고 싶어서 수의학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유학을 통해 국내의 연구 분야를 개척함으로써 후학에게 가르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학문이 수의학이라고 생각했다.

Q. 본인의 전공 ‘수의미생물학’을 소개하자면.

A. 수의학은 동물 자체만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처럼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질병까지 다룬다. 최근 학계에서는 동물, 환경, 사람의 질병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는 ‘One-Health’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수의미생물학은 사람뿐 아니라 질병과 치료법의 첫 번째 모델이 되는 동물 역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이로써 세 요소의 역학적 상관관계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Q. 그간 교수직을 맡으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정년 퇴임 이후의 계획도 궁금하다.

A. 퇴임 자체가 나에겐 보람찬 일이다. 그간의 연구와 지도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퇴임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퇴임 이후에는 학자로서 가졌던 부담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봉사를 다니면서 취미 가꾸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홀했던 일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 우선 평소에 좋아했던 독서와 여행에 힘을 써 볼 생각이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리고자 한다.

Q. 교육자와 연구자로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A. 우리의 미래는 다음 세대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음 세대가 맞이할 세계는 우리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점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다음 세대가 혁신을 일구기 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자와 연구자로서, 학문의 힘을 빌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는 실천적 태도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내가 축복을 누릴 수 있던 이유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연구에 힘썼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후학들에게 조언을 남겨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가장 사소한 영역에서부터 변화를 위한 실천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