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연건캠퍼스 연구관에서 서정욱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서 교수는 지난 30년간 심장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그는 “정년은 앞으로 살아갈 30년 이상의 시간을 더욱 보람차게 살기 위한 새 출발”이라며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서정욱 교수
서정욱 교수

Q. 어떤 계기로 ‘심장병리학’을 공부하게 됐고 최근에는 어떤 주제를 연구하고 있나?

A. 선천성 기형을 연구하겠다는 꿈을 품고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암처럼 평생 관리해도 예방이 어려운 질환과 달리, 선천성 기형은 태아기 동안의 위험만 피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예방하기 쉽다. 최근에는 선천성 기형을 연구하고자 환자의 심장 CT를 가상현실로 구현한 후 3D 프린팅을 통해 심장 모형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굉장히 효과적이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해 심장의 모양을 다각도에서 관찰하거나 확대 촬영하는 등 폭넓게 작업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외국의 심장 전문의에게 유튜브를 통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의사들이 실제로 심장을 만지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심장과 유사한 3D 프린팅 모델을 이용해 실전 수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교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태아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는지는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분만 후 치료를 받도록 한다. 치료할 수 없을 경우에는 유산을 권할 수도 있다. 이때 나를 포함한 많은 의사가 윤리적 갈림길에 선다. 또 다른 비극도 종종 있었다. 예컨대 태아가 심장병 유전자를 가졌을 경우 유전자 진단을 통해 심장병의 근원이 부모 중 누구에게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유전자 진단 결과 때문에 아이의 유전병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다가 이혼을 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내가 의사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Q.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

A. 진정한 나눔이란 지식을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네이버 학술저널 팀과 함께 ‘네이버 학술정보’ 서비스를 계획하는 중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물을 데이터로 남겨 학계 구성원들 전체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신의 학술 활동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국내 연구자들이 학계 연구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연구 가치를 드높일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꾸준히 고민할 생각이다.

후학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열정과 근성을 가진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열정을 기를 수 있다”라며 학생들이 다양한 기회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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