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류머티즘 질환 전문의인 송영욱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30년 넘게 환자 진료에 헌신한 끝에 정년퇴임을 앞둔 송 교수는 “서울대라는 곳에서 거의 평생 몸담고 있다가 나간다고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이 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송영욱 교수
송영욱 교수

Q. 진료 분야인 ‘류머티즘 질환’을 소개하자면?

A. 근골격계의 만성질환을 류머티즘 질환으로 통칭한다. 해당 질환은 관절이 붓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그리고 근골격계의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류머티즘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통풍, 강직성 척추염 등이 대표적인 류머티즘 질환이다. 사실 일반 의사들도 관련 교육을 받지 않으면 류머티즘 질환을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확하게 진단을 하지 못하고 불명열*로 분류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류머티즘을 공부한 의사가 늘어나면서 이런 환자들이 올바른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인구의 2~3% 정도가 류머티즘 질환 환자로 집계된다.

Q. 류머티즘 질환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A. 당시 국내에는 류머티즘 질환을 공부한 의사가 없었는데, 교수님의 권유로 류머티즘 질환을 공부하게 됐다. 서울대에서 짧은 강사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류머티즘 전문의 과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류머티즘을 전공 분야로 삼고 약 10년간은 류머티즘의 유전인자를 연구했다. 이후에는 피검사 등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류머티즘 질환의 바이오 마커*를 연구해 케모카인* 항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Q. 기억에 남는 진료 경험이 있다면?

A. 조교수 시절에 처음 진료를 본 감염성 관절염 환자가 기억난다. 관절염 치료를 마친 후 고혈압 치료는 다른 병원에서 받도록 안내했음에도 나한테 진료를 계속 받길 원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도 해당 환자에게 혈압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환자가 건강 관리를 정말 잘해서 90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관리 비결을 물으니 ‘걷기’를 꼽았다. 지하철 말고는 차를 타지 않고, 5층 집도 걸어서 올라간다고 말했다. 의사인 내가 역으로 환자의 생활 습관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송 교수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류머티즘 질환 환자들을 계속해서 진료하기 위해 퇴임 후 개원할 예정이다. 퇴임 교수로서는 드문 행보다. 그는 “자신이 최고라는 ‘베스트 오퍼레이터’(Best Operator)의 태도보다, 동료와 환자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베스트 어시스턴트’(Best Assistant)의 태도가 필요하다”라며 후학들에게 조언했다.

*불명열: 열(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노력에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

*바이오 마커: 단백질이나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속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케모카인: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의 일종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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