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의 30대 회장인 신희영 교수(의학과)는 국내 혈액 사업과 자선사업의 선구자이자 남북한 보건의료 통합과 협력에도 기여해왔다. 대한적십자사 사무실에서 신 교수가 손수 넘기며 보여준 사진첩에서는 수많은 환자와 동료에 대한 그의 애정이 깊이 배어났다.
 

신희영 교수
신희영 교수

Q. 대한적십자사의 사업 중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A. 첫 번째는 활발한 재원 모금, 두 번째는 혈액 사업 정비, 마지막은 적십자병원 확충이다. 특히 재원 모금은 다른 활동들의 기반이 되기에 가장 중요하다. 의대 교무부학장부터 산학협력단장, 연구부총장까지 맡은 경험이 ‘백혈병어린이후원회’ 등 재단이나 적십자사 일에 큰 도움이 됐다. 서울대 전 직원의 인사를 관리하거나 1년에 약 8천억 원 정도의 예산을 책임지기도 했다. 많은 인원과 재원을 관리해본 덕분에 회장으로서 이곳에서 할 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ARS 전화를 통한 기부, 가정에서 동전 모으기 등 지금까지도 쓰이는 모금 방법들은 모두 직접 개발한 것이다.

Q. 지금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소아과 임상 진료를 하는 이유는?

A. 소아과 전공은 환자들에게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 발달하는 개체인 소아는 회복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성인의 암과 달리 소아암은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면 80~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아파서 병원에 들어왔던 아이들이 완쾌한 후 활기차게 인사하며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 하지만 끝내 퇴원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운 개념의 소아 호스피스*를 도입했다. 적십자병원 내에서는 ‘꿈틀꽃’이라는 놀이시설을 제공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치료 과정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의사로서 개척해온 길들은 모두 적십자사가 표방하는 인도주의 개념과도 연결돼 있다. 

Q. 의사로서 후학들에게 전해줄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서울대 의대는 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도록 교육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더 많은 환자를 도우려 진심으로 노력하는 의사들을 많이 봤다. 라오스 의사들을 한국에서 1년 동안 교육한 후 다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를 10년 동안 진행했는데, 교육 요청을 거절한 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인도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바로 서울대의 저력이자 가능성이다. 훌륭한 후배 교수들과 학생들이 이 자부심을 잘 이어가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정년 소감을 묻자 신 교수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라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작은 인연에도 감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의료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엿보였다.

*호스피스: 사망 확률이 높은 환자를 입원시키는 시설. 부자연스러운 연명 의료보다 심리적·종교적 원조를 중심으로 풍족한 최후를 목표로 한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