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퇴임을 앞둔 윤원철 교수(종교학과)를 만났다. 정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윤 교수는 “입학 이후 45년 내내 떠나본 적 없는 서울대를 떠나려니 아쉬우면서 홀가분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종교학과 학부생 당시 인문학에 에너지를 쏟아 금자탑을 이뤄보겠다는 포부가 있었다”라며 서울대에서 보낸 시간을 회상했다.

윤원철 교수
윤원철 교수

Q. 미국에서 유학하며 한국 불교를 전공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A. 당시 한국에서 박사 학위는 대학교수로서 중견 교수가 됐을 때, 그 분야의 학문을 이끌어나가고 완성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의미였다. 지금처럼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빨리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그래서 공부를 이어나가고 싶은데 석사를 마친 후 장학금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공부할 명분이 없었다. 

마침 뉴욕주립대 한국학 프로그램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가 내려왔다. 당시 뉴욕주립대에는 일찍이 미국으로 가 종교학적으로 불교를 연구하는 한국인 학자가 계셨고, 그분을 지도 교수님으로 삼아 불교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 그곳에서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한국 불교를 공부했다.

Q.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물이 있다면?

A. 전통적인 불교학과 종교학에서의 불교 연구가 협력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종교는 신학과 불교학처럼 자체적인 학문 전통을 갖고 있다. 근대 이후 성립된 종교학은 특정 종교를 연구 대상으로만 여기는 세속적인 연구 방법을 취한다. 두 진영은 종교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 활발하게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 

나는 양측 진영이 협력해야 불교 연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를 연구의 대상으로만 보면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불교를 살아있는 인간 활동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불교학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불교학과 종교학 내의 불교학 연구가 연결되도록 불교학연구회 등 협력을 위한 학회를 출범시키고자 노력했다.

Q. 종교학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은 인문학을 공부하기 어려운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생산성을 따지는 학문이 아닌데, 학생들은 사회에서 생산성을 요구받는다. 특히 지금의 학생들은 종교학이 가장 바깥으로 밀려난 시절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종교학을 공부하는 것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근원적인 인간의 모습, 그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파고드는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기준에 구애받기보다 학생들이 기죽지 않고 공부에 힘을 썼으면 한다.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하더라도 종교학을 공부한 학생은 종교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가질 수 없는 통찰력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윤 교수는 “학교에서 멀어져 못 보던 책도 보고 기회가 있다면 텃밭 농사도 짓고 싶다”라고 은퇴 이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후배 교수들과 새로운 시대의 학생들이 학교를 잘 끌고 밀고 나갈 것이라 믿는다”라며 서울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진 제공: 윤원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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