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16동)의 한 연구실에서 지난달 16일 책을 정리하던 박명규 교수를 만났다. 박명규 교수는 통일평화연구원장을 역임하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참여한 북한 연구의 권위자다. 연구실에서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싶다며 책장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부탁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회학 연구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박명규 교수
박명규 교수

Q. 사회학이 어떤 점에서 연구 가치가 있는가?

A. 사회학은 사회과학의 분과 학문이지만, 다양한 세부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종합’ 사회과학적 특성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국회와 정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학교 등 민간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다. 경제적 이해관계 역시 시장과 기업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픈 마켓’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처럼 일상과 접점을 이룬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사회학은 모든 층위를 아우르기에 학문적 패러다임이 유연하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에 총체적인 해석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있다. 

Q. 북한의 이미지를 둘러싼 부정적 견해 탓에 대북 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식 면에서 현재 변화한 점이 있다고 느끼는지.

A. 국민 정체성 차원에서 북한은 중요한 타자로 존재한다. 이때의 북한은 개인의 정치적 평가가 모여 만들어진 ‘상징 이미지’에 가깝다. 2021년의 북한 이미지는 10년 전보다 더 고정적으로 굳어졌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 자료보다 자신의 주관적 지식이나 부정적 정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갈등을 겪으며 2018년부터 가져왔던 북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생긴 부정적인 학습효과도 영향을 끼쳤다.

Q. 통일을 위해 서울대라는 공동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내가 통일평화연구원을 만든 이유와 연관이 있는데, 서울대는 북한 관련 연구가 활성화돼있지 않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분단 이전까지 공통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한스 요나스의 말처럼 당대로부터 후세로까지, 그리고 자국으로부터 타국으로까지 우리의 연구에 뒤따를 책임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에서도 북한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의 외연을 넓히는 노력이 문화로 정착됐으면 한다. 

박 교수는 교직 생활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으로 “나의 영향력이 씨앗처럼 뿌려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피어날 때”를 꼽았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학문 분야는 물론이고 때로는 심보선 시인처럼 문학으로, 가수 이적처럼 음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제자들을 보며 큰 기쁨을 느꼈다”라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나를 탄생시킨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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