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박건식 교수(물리천문학부)를 만났다. 연구실 벽면의 칠판을 가득 채운 과학 용어들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열정을 증명하는 듯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일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는 사실이 아쉽다”라며 정년을 맞이한 소회를 밝혔다.

박건식 교수
박건식 교수

Q.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A. 그간 대학원생들에게 강의하면서, 전자기파와 생체 간의 상호작용과 같이 여러 과학 분야가 협업해야 하는 융합적인 내용을 가르쳤다. 기존에 잘 시도되지 않는 주제를 다뤘기에 어떻게 보면 매우 어렵고 도전적인 과정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나 자신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면서 국내외 학회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종종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낯설고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이끌며 생물 물리나 플라즈마와 관련된 연구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다. 연구자로서 좋은 기회를 가졌다.

Q. ‘테라헤르츠파’라는 소재를 주로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소개한다면.

A. 파동, 특히 전자기파는 실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게 응용된다. 높은 주파수로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신체 내부의 물질을 탐지해 질병을 발견하는 의료 영상 기술에 적용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테라헤르츠파는 높은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로서 응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테라헤르츠파가 생체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테라헤르츠파가 생체 분자, 피부, 세포막 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물리·화학적 기술을 통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연구는 생물 물리 내에서의 단일 연구라기보다 생물, 물리, 화학 간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융합 연구에 가깝다. 

Q.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A. 연구 분야에서 어떤 ‘문제’를 다룰 것인지 꼭 고민했으면 한다. 정해진 연구 로드맵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문제에 주도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양한 수업을 듣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얻은 배움의 기회를 올바르게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려는 자세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진정한 꿈을 꾸는 청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성취했다고 해서 도전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박 교수의 다짐은, 앞으로 그의 연구 분야에서 활동할 여러 인재가 되새겨야 할 태도로 자리할 듯하다. 퇴임 후에도 연구를 계속할 그가 과학계에 어떤 뜻깊은 이야기를 선물할지 기대해 본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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