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25동)에서 지난달 8일 통계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영조 교수(통계학과)를 만났다. 통계 분석 프로그램이 띄워진 모니터와 자료들로 가득한 책상은 “정년을 앞두고도 여러 책과 논문을 집필하느라 여전히 바쁘다”라는 그의 말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영조 교수
이영조 교수

Q. 미정된 변수도 통계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다단계 우도*를 발명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A. 다단계 우도 이론의 전제는 변하는 것들도 과학의 대상이며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넘어지는 확률은 계속 변한다. 넘어지는 사건을 관찰하면 넘어질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기존 법칙이 ‘사람이 넘어지거나 넘어지지 않는다’라는 결정론에 대한 것이라면, 다단계 우도 이론은 데이터에 기반해 넘어질 확률까지 예측한다. 

이 같은 발상은 변하는 대상을 다루는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도 통계적 모형화로 연구하게 한다. 처음 발표된 후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반론이 제기돼 토론 논문을 5번이나 써야 했다.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Q. 통계학이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A. 학생 때부터 ‘내 생각이 과연 맞는지’가 궁금했다. 오랜 시간 연구를 해 보니, 결국 참 거짓 여부가 확실한 것은 귀납 뿐이다. 서양에서 종교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을 때 사람들은 서로가 사탄이라고 믿었고, 조선 시대 때 수많은 선비가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을 때는 중국의 이론이 근거가 됐다. 나름의 논리가 있더라도 자신의 주장에 매몰되면 독단에 빠지기 쉽다. 그 독단에서 벗어나는 길이 실제 자료를 보는 것이고, 실제 자료를 어떻게 다룰지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통계학이다. 그래서 통계학은 어떤 분야에든 도움이 된다. 귀납에 따라 다양한 갈등을 다룰 수 있어서다.

Q. 통계학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자질은?

A.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 문과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이후 통계학 연구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정치학, 경제학 등 많은 수업을 듣다 보니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는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거기서 비롯되는 상상력이 통계학에서도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기댓값 개념은 확인할 수 없는 신의 존재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 파스칼이 도입한 것이다. 파스칼은 수학자지만 그의 발상은 자신의 종교관,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관념에서 출발했다. 이것에 대한 하나의 좋은 표현법이 통계학이라고 생각한다.

후학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이득을 바라지 않고 타인에게 베푼 경험이 결국 가장 마음 깊이 남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단계 우도: 관측되지 않는 변량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의 측도

*사문난적: 주자적 유교에 대한 교리를 다르게 해석했던 선비를 비난하기 위해 사용한 말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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