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불던 지난달 6일 제1공학관(301동)을 찾아 이건우 교수를 만났다. 책상 위에 놓인 공구는 세계 캐드캠 분야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그의 원동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니 정년이 다가온 것이 실감 난다”라며 지난 40여 년간의 소회를 풀어놨다.

이건우 교수
이건우 교수

 

Q. ‘캐드캠’은 무엇인가. 전공하게 된 계기는?

A. 캐드캠에서의 캐드(CAD)는 ‘Computer Aided Design’, 캠(CAM)은 ‘Computer Aided Manufacturing’의 준말로 컴퓨터 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작업을 뜻한다. 과거에는 종이 스케치로 제품의 형상을 구현했다면, 이제는 컴퓨터 화면에 구현한다. 캐드로 만든 결과물을 데이터로 저장해 수치 제어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가공되는데, 이 가공 과정을 캠이라고 부른다. 학부생 시절에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캐드라는 개념이 획기적으로 다가와 캐드캠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얇은 캐드책이 처음 손에 쥐어질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Q. 캐드캠을 연구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창업에 매진하던 시절의 일이다. 신체 일부를 3차원 레이저로 스캐닝해 개인별로 ‘맞춤 제작’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3차원 데이터를 이용한 구두 틀 제작 기술을 활용해 구두 가게를 열었고, 골프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박세리 선수에게 골프화를 맞춰주기도 했다. 이전까지 머리 모양과 치수를 손수 측정해 만들어야 했던 가발의 제작 과정이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자동화되기도 했다. 현재 가발 전문 업체인 ‘하이모’가 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Q. 아이디어 팩토리를 포함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한 계기는 무엇인가?

A. 공대 학생이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려는 자세, 다시 말해 ‘실사구시’의 정신을 갖춰야 한다. 서울대에는 수학 공식을 응용한 이론형 문제 풀이에 특화된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것이 아이디어 팩토리다. 이런 산학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기술을 활용할 능력을 계발했으면 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전 세계 학생들이 이를 배우고자 모여드는 교육 과정이 서울대, 더 넓게는 대한민국 공대에 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대 학생에게 한마디를 부탁하는 기자에게 이 교수는 “과거의 나는 내가 가진 시간과 자원을 연구, 교육, 행정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분배해서 각각 90% 정도의 성취를 이루는 방법으로 일해왔다”라며 “이는 타인의 성과를 따라가려는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로서는 효율적이지만, 선구자(first-mover)적인 태도로 이어지긴 힘들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 서울대 학생의 5% 정도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한 가지를 100%로 해낼 수 있는 선구자가 됐으면 한다”라고 웃으며 조언을 남겼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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