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빼놓고 생태계를 논하기란 힘들다.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는 곤충을 연구해 우리나라 해충 방제의 초석을 다진 이준호 교수를 지난달 11일 농생대(200동)에서 만났다. 그는 “현장 경험이 녹슬지 않을 향후 몇 년 동안이라도 곤충 생태 분야의 전문 서적을 저술하고 식용곤충을 연구하고 싶다”라며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준호 교수
이준호 교수

 

Q. 곤충생태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A. 당시 수원에서는 농경지에 발생하는 해충이 큰 이슈였다. 학부 졸업논문 연구를 위해 논에서 발생한 해충을 조사했는데, 포충망에 가득 잡히는 끝동매미충을 보며 새로운 세계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논의 생태계 메커니즘에 흥미를 느껴 해충과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면서 곤충 개체군 동태(動態)*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Q. 곤충학을 연구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A. 논에서의 곤충 군집 동태 연구가 기억에 남는다. 해충을 관리하려면 먹이그물 구조와 곤충 동태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관련된 곤충 종이 워낙 많아 동정*하기 어렵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어 실제로 연구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탄소와 질소 안정성 동위원소를 측정해 논에서의 먹이사슬 관계 변화를 밝히기로 했다. 군집 동태에 대한 시료를 만들어 이를 정량화했고, 이것이 시금석이 돼 해충 관리에 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Q. 한반도 기후 변화로 새로운 해충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 추세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한다면 곤충의 밀도는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한반도의 기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 상승률의 2배를 넘기 때문에 열대 지역 해충 다수가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부산항과 평택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와 2019년 중국 남부에서 들어온 열대거세미나방 등의 외래 해충은 우리나라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가운데 과일 등을 통해 유입되는 해충은 국경 검역을 강화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비래(飛來) 해충의 경우 유입을 막을 수단이 부족하므로 타국과 협력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료 교환에 힘써야 적기에 방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은사께서 10년쯤 한눈팔지 않고 노력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라며 “대학생 시절에는 그 말의 의미가 와닿지 않았지만 치열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정도(正道)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후학들에게 조언을 요청하자, 이 교수는 “시류에 휘둘리기 쉬운 사회에서 학생들이 무엇이든 심지(心志) 있게 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개체군 동태: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개체군의 구조가 변하는 모습

*동정: 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을 바르게 정하는 일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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