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줌(Zoom)을 통해 박종신 교수(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를 만났다. 서울대 사범대 부설 초등학교 시절부터 50년 가까이 서울대와 인연을 맺은 박 교수는 “정든 학교를 떠나게 돼 섭섭하지만 교수라는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다”라며 정년을 맞이한 소회를 밝혔다.

박종신 교수
박종신 교수

사진 제공: 박종신 교수

Q. 연구 분야를 소개하자면. 

A. 그간 ‘환경 친화성 재료’를 연구해 왔다. 오늘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재료는 대부분 석유화학 재료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고분자 재료 공학을 응용해 기존의 석유화학 재료를 환경 친화성 재료로 대체하는 연구를 했다. 처음에는 농업용 기능성 멀칭 필름*에서 시작해, 알지네이트나 옥수수 전분과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해서 합성 플라스틱의 대체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때 독성 반응 위험에서 자유로워 생체 적합성이 우수하고, 인장강도와 열적성질* 등 일반적인 물성이 기존 석유화학 재료와 유사한 수준의 재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Q. 연구 외에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A. 농생대 캠퍼스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교수로 발령을 받았을 때 농생대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었다. 당시 서울대 수원캠퍼스 인근의 공군 비행장에서 비행기가 수시로 이착륙하는 바람에 소음 공해가 정말 심했다. 지축을 흔드는 비행기 소리에 강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관악캠퍼스로 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설득하고자 동료 교수들을 만났다. 관악구청에 찾아가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무총리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력해 이전에 성공했고, 그 결과 농생대 교수진과 학생들이 이전보다 개선된 교육 환경에서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게 됐다.

Q. 강의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면. 

A. 처음 교수 발령을 받고 강의를 시작했을 때 학생과 교수자의 유대 관계가 굉장히 약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매 강의의 첫 수업에서는 강의를 진행하는 대신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에게 자기 자신의 사진을 첨부한 자기소개 글도 써 오게 했다. 이 글들이 30년 넘게 쌓였다. 양이 굉장하다. 퇴임을 앞두고 연구실을 정리하며 다른 짐은 전부 정리했는데 자기소개 글들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가끔 쌓여 있는 글을 한 장씩 넘기며 제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제자들이 전부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웃음)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농생대 교육상도 받았던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공부할 기회는 커다란 축복과도 같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분야를 갈고 닦아 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해 받은 만큼의 축복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멀칭 필름: 작물이 자라는 땅을 덮어 토양 수분 유지, 잡초 억제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닐

*열적성질: 재료가 열을 받을 때 보이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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