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전경모(사회학과·석사 졸업)
전경모(사회학과·석사 졸업)

M307호를 첫 연구실로 배정받았습니다. 사회대(16동) 건물에는 16-M동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습니다. M동의 2층은 16동의 2층과 3층 사이에 있고, M동의 3층은 16동의 3층과 4층 사이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M동은 16동과 계단을 공유하며 하나의 건물로 이어져 있지만, 16동과 반 층씩 어긋난 채로 한쪽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건물인 셈이죠. M동 공간은 대부분 각 학과의 대학원생 연구실로 운영되는데요, 저는 학부 때 M동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처음 연구실에 자리를 배정받으러 간 날 조금 헤맸습니다. 

연구실을 함께 썼던 동료들과는 M동의 건축 양식이 대학원생의 존재 양식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부는 졸업했지만 ‘사회인’이 된 것 같지는 않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사회생활’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며, 일하며 돈을 벌지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고, 분명 같은 건물을 사용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보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도 많이 헤맸습니다.

저는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사회학과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기초가 없어서 읽어야 할 책이 참 많았습니다. 수업을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잦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도 있었습니다. 하나를 읽으면 안 읽은 것들이 눈에 밟혀, 차근차근 읽었으면 될 것을 조바심이 나서 마음은 바쁘고 허둥대기만 했던 것 같아요.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한 것이 없다는 아쉬움이 크게 듭니다. 그렇지만 헤매고 있을 때마다 동료들과 선배들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함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던 시간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헤맬 수 있다면, 헤매기만 하는 삶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졸업할 때가 되니, 입학할 때처럼 다시금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학위논문은 썼지만 무엇 하나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바르게 걸으려 하는데, 자주 얼떨떨하고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초연한 마음이, 인정을 구하는 마음과 급할 것 없다는 마음이 교차하는 나날입니다. 헤매기만 하다 졸업하네요.

돌이켜 보면 일일이 쓰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석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전경모(사회학과·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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