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체육교육과 13학번 신재용 씨

지난 8일(월)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신재용 씨(체육교육과·13)를 만났다. 유도 선수로 활약해 온 신재용 씨는 최근 삼보로 종목을 전향해, 현재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서울대 제60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학생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온 열정적인 학생이기도 하다. 그는 “새내기로 입학할 때 『대학신문』과 인터뷰했던 기억(『대학신문』 2013년 3월 2일 자)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라며 “정든 학교를 떠나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라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삼보 대중화에 힘쓰는 체육 교육자

신재용 씨는 5살 때부터 유도를 배우기 시작해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유도 선수로 활동했다. 이렇게 유도에 전념하던 그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게 된 것은 체육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쌓아 자신의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발군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접한 종목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신체적 특성상 선수처럼 허들을 넘는 것은 어려웠고, 수영처럼 완전히 새롭게 접한 종목은 실기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라며 체육학을 공부하는 동안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신 씨는 어떤 종목이든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삼보를 병행하는 모습에서도 이런 자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유도에서는 폐지됐지만 삼보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다리 잡아 메치기’ 기술을 터득해 삼보에 빠르게 적응했다. 신 씨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기자가 새롭게 발견한 신재용 씨의 진가는 그가 ‘교육자’로서 가진 태도에 있다. 그는 2019년에 북경 한국국제학교로 교생 실습을 다녀왔다. 수업 시연뿐만 아니라 유도를 좋아하는 학생과 실제 시합도 하면서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과 굉장히 가까워졌다. 자신과의 이별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신재용 씨는 2020년 1월 1일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운 좋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범유행 이전인 1월 1일에 비행기를 타고 북경에 재방문해 학생들을 보고 왔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덧붙여 그는 “2024년 1월에 학생들의 대학 입시가 끝나면 밥을 꼭 사주겠다는 두 번째 약속도 했다”라며 학생들과의 재회를 소망했다.

교육에 대한 신재용 씨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 씨는 학내 구성원에게 운동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2014년부터 8학기 동안 계절학기에 직접 유도와 삼보 특강을 기획해 서울대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쳤다. (『대학신문』 2015년 2월 15일 자) 이때의 경험을 살려 2019년 8월부터 약 1년간 체육관 관장을 맡아 많은 사람에게 삼보를 가르치고, 삼보 대중화에 힘썼다.

모두가 화합하는 학생 사회를 위해

대학생 신재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재용 씨는 고민 끝에 ‘파랑’을 골랐다. 그는 대학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런 그의 가치관에서 제60대 총학생회 「파랑」이 탄생했다. 시작은 학번 대표를 맡으면서였다.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학생회에 발을 들이지는 않았다. 신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선수 생활로 바빠 학생회 활동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입학 후 학번 대표를 자진해서 맡았다. 학번 대표로 활동하며 학우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아이디어가 계속 샘솟았고, 이는 신재용 씨가 체육교육과 학생회장직을 수행할 원동력이 됐다.

활동의 저변은 자연스럽게 총학생회로 넓어졌다. 이외에도 2016년 시흥캠퍼스 사건이 불씨가 됐다. 신 씨는 캠퍼스 신설 추진 과정에서 학생과 본부 간, 그리고 학생 사회 내부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총학생회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라며 “갈등을 멈추고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 사회를 만들고 싶어 총학생회장 출마를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재임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성과가 무엇인지 묻자, 신재용 씨는 먼저 시흥캠퍼스 문제를 일단락한 것이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재학생이 총장선출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정책평가에 참여할 제도를 만든 것도 보람찬 성과라고 덧붙였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미래의 체육 행정가

신재용 씨는 정치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면서 체육인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행정 전반을 관리하는 ‘체육 행정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2020년 총선에서 운동선수 출신 국회의원 2명이 당선된 것을 계기로 이들의 의정활동을 들여다봤다. 신 씨는 “21대 국회에 들어서 운동선수 출신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해당 의원들이 체육인의 인권을 올바르게 대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의 상황을 보며 그들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이용 의원이 체육계 내 가혹 행위 근절과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결과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것이다.

신 씨는 “사회적 변화를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정책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라며 미래에 체육계와 관련된 법안과 정책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 씨는 청년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와 관악 청년 네트워크에 참여해 체육계, 더 넓게는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가까워지고 있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남겨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신재용 씨는 입학 당시 세웠던 목표를 되짚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학부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분명 느꼈지만, 마음을 터놓을 사람들을 만난 것이 더욱 값지고 감사한 일임을 깨달았다”라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졸업 기념사진을 찍을 때 와줄 친구 한 명만 있어도 대학 생활을 잘 보냈다고 할 수 있다”라며 대인관계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올 한해 신재용 씨는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와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준비를 병행하며 삼보 선수의 삶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모든 순간 빛이 났던 학부 생활만큼 졸업 이후에도 찬란할 그의 삶을 응원한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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