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대학, 참여는 어디에?
코로나 시대의 대학, 참여는 어디에?
  • 대학신문
  • 승인 2021.02.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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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보건대학원 박사과정)
김진환(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 한국 정부는 K-방역 브랜드를 온 세계에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로 구성된 3T에 슬그머니 시민 참여(participation)를 끼워 넣었다. 시민 참여란 말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하던 코로나 이전을 생각하면 퍽 우스운 일이었지만, ‘시민 참여형 방역’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설명하는 말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시민 참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새삼스레 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위 제국의 시민들과 달리 군소리 없이 마스크를 쓰고 손을 소독하는 게 참여인가? 

 이런 의문을 품게 되는 건 구호로서 참여의 이중성 때문이다. 참여는 곧 민주주의 문제다. 어떤 상황이 민주적인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민주적이다. 세상에 온갖 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유행은 독보적이었다. 코로나19 그 자체의 위험도 중요했지만, 사회적으로 결정된 대응 방침이 더 큰 영향을 줬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학교의 지침을 생각해보자. 무엇이 특별한 일일까. 사람이든, 세포든, 논문이든 학교에 특별히 모셔야 할 존재가 있으면 1년 365일이 특별한 날이니 매일 나오는 것이 대학원생의 온당한 도리다. K-방역이 진정 ‘참여적’인 것이었다면 1년 365일이 특별한 대학원생 역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이 특별한지 결정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한 딱 그만큼, K-방역은 참여적이지 못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특별한 일들 덕분에 학교와 거리를 둘 수 없었던 슬픔을 위로하는 것 외에도 여러 중요한 일들이 남아있다. 한국은 3월부터 학교를 열기로 했고 전문가들은 여기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누가 내렸나? 양복을 갖춰 입은 특정 대학 출신의 중년 남성으로 가득 찬 회의를 열어 TV로 중계하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면 수업을 할 것인지, 실험과 토론은 어떻게 운영할지 등은 누가 언제, 어떻게 결정하는가? 그런 결정의 과정은 또 누가, 어떻게 정했나. 학사의 내용과 방식이 곧 삶이 되는 학생 당사자가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칠 공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에 왜 우리는 참여할 수 없었을까? 코로나19 유행이 자아낸 위기가 비상해서가 아니라, 평소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애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잘할 것이라 말하는 부모님의 무망한 기대처럼, 우리가 참여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잘할 것이란 기대 역시 무망하기 그지없다. 참여와 민주주의가 생소한 것이 학생들뿐만은 아니다. 밖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정작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현할 역량도 의지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참여에는 힘이 든다. 종종 참여를 독려하는 무책임한 구호를 보며 “시민 힘들다”라고 외치고 싶고, 시민적 덕성(civic virtue) 같은 교과서에나 쓰여 있는 우아한 말은 갖다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듯 참여와 민주주의가 여건이 안 좋고, 힘들고, 번잡하다고 멈출 수 있는 성격의 일은 아니다. 다음에 또 이런 감염병이 찾아왔을 때 이미 겪었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내 삶을 내가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진환(보건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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