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코로나19 시대 속 종교계의 좌표를 짚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종교’다. 교회발 집단 감염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자 사람들은 종교를 감염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교계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종교인들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의례의 진행에 관한 신념과 ‘방역’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시대에서 종교를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있다. 『대학신문』에서는 코로나 시대에서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존’을 향한 길은 무엇일지 알아봤다.

코로나19로 위독해진 종교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자 대면으로 진행되던 종교 활동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종교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의례’를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혼란이 잇따랐다. 개신교계에서는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범어교회 장영일 목사는 “1,800석의 예배당에 10명의 교회 직원만 모여 예배를 진행하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했다”라고 말했다. 불교계도 온라인으로 법회를 열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자우 스님은 “온라인 법회 중에 네트워크 문제가 생기면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라며 비대면 법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천주교계는 ‘평화 방송’ 채널에서 프로그램을 송출하거나, 주교나 본당 신부의 미사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비대면으로 미사를 거행했다. 비대면 의례의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장영일 목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신자 입장에서는 신앙심이 약해지는 것”을 꼽았다.

대면 의례 중단은 종교계에 위기를 안겼다. ‘모이지 않으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자리에 모여 기도한다는 것은 같은 믿음을 가진 신자들이 하나 된 의식을 만들어 교리를 실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장영일 목사는 “교인들은 예배를 드림으로써 하나님을 대면하는 동시에 서로를 대면해 연대 의식을 키운다”라며 예배의 본질이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교인들과의 만남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형수 교수(가톨릭대 신학과)는 “천주교에서 미사는 신앙생활의 핵심”이라며 “비대면으로 불완전하게 미사가 이뤄지다 보니, 미사를 통해 얻은 영적 힘으로 사회적 공동선에 기여하겠다는 동력을 잃어버린 교인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종교학적 관점에서도 대면 의례는 중요했다. 윤원철 교수(종교학과)는 “종교에서 의례는 집단의 결속을 이루고 통일된 신앙심을 만드는 공동체적 활동”이라고 말했다. 대면 의례가 제도 종교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적 교리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허석훈 교수(가톨릭대 신학과) 역시 “기독교에서 구원은 신앙 공동체와의 만남을 매개로 실현되는 구원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대면 의례 금지는 재정 문제로 이어졌다. 헌금과 보시 납부가 어려워진 탓이다. 헌금은 주일이나 축일에 하느님에게 바치는 돈을, 보시는 불가에 바치는 재물을 의미한다. 비대면 체제로 전환되자 많은 종교 단체는 이를 걷지 못하게 됐다. 자우 스님은 “보시를 정기적으로 신도들에게 받을 수 없게 되니 예전보다 재정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장영일 목사는 “헌금 액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라며 “재정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군소 교회들이 특히 어려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광범위한 경제난을 고려할 때 온라인 헌금 시스템을 선뜻 만들 수 없다는 분위기가 종교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 장성성당 김정환 신부는 “천주교 전반에서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기에 부족한 대로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기에 교우들에게 헌금을 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위기와 속사정

코로나19로 종교계가 맞이한 근본적인 위기는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의 갈등이 훨씬 커졌다는 사실에 있다. 일부 종교 단체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대면 종교 활동을 강행했다. 그 결과 교회 등 종교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졌다. 잇따른 감염 확산에 종교를 향한 시선은 한층 싸늘해졌다. 지난 2020년 5월 실시된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종교 집회 등 대규모 모임 또는 단체 활동’이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오세일 교수(서강대 사회학과)는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집단 감염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배타적 구원관을 바탕으로 공공 방역을 무시한 대면 종교 활동을 계속했다”라며 “비종교인이 볼 때 종교가 일반인의 상식과 보편적인 도덕 기준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회의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선은 종교 전반으로 확대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지침에 잘 따르고 있는 종교 단체에도 화살이 날아간다는 점이다. 김형수 교수는 “일부 종교 단체의 몰지각한 대면 활동 강행으로 종교계 전체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라며 “종교 활동 자체가 도매금으로 비난받고 있는 만큼 종교와 사회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비종교인들이 종교 활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집단 감염은 개신교계의 극소수 단체에서 일어나는 것에 그쳤다. 해당 단체들은 예배를 포함한 대면 활동을 이어나가지 않으면 교회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장영일 목사는 “대형 교회에 비해 군소형 교회들은 재정을 얻을 곳이 부족해 대면으로 납부되는 헌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금지되자 헌금을 받지 못해 재정 기반이 급속도로 나빠지다 보니, 해당 교회들은 암암리에 대면 예배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법규를 따르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사정을 살피기도 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편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종교인들도 있었다. 자우 스님은 “예산 등 재정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의 재난에 대응하고자 방역을 최우선시해야 할 시기”임을 피력했다.

대면 의례를 진행하는 종교 단체들이 대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라는 주장도 있다. 올바른 교리를 지향하지 않아 실질적인 교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단체들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시작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오세일 교수는 “주류 개신교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예를 들어 사랑제일교회는 개신교로 분류되지만, 개신교 신학자들 사이에서 전광훈 목사의 설교 방식과 내용은 신학적으로 이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종교인들은 이단인 단체와 그렇지 않은 종교단체를 엄밀하게 구별하기 어려워 이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종교 일반으로 확대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

공존을 향한 길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0 종교 및 종교인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1.6%가 코로나19 시대에서 종교가 유의미하게 수행한 역할이 없다고 답변했다. 나아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일부 종교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종교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종교가 공공 방역의 훼방꾼이 된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의식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종교인과 비종교인과의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형태를 공존으로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면 의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일부 신자들은 헌법상의 권리를 이유로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며 따르지 않기도 한다. 이에 현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를 무조건적인 권리로 해석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윤원철 교수는 “종교의 자유를 독선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라며 “실정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사회의 안녕을 위해 때때로 일정 부분 제한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새로운 분기점으로 대안적인 종교 활동 방식을 모색할 때라는 관점도 대두됐다. 경전에 적힌 그대로 의례를 진행해야 한다는 근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환 신부는 “대면 미사 참여가 교리상 원칙이라고 해도 하느님의 말씀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묵상과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라며 대면 미사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자 스스로 종교 활동을 의례에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동원 신부(가톨릭대 신학과)는 “코로나 시대의 종교 활동은 이웃 사랑의 실천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과)는 “공동법회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불경을 스스로 읽으며 참선하거나 염불을 외는 등 다른 수행 방법을 택해 종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종교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종교와 사회의 연결 고리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방역 의무를 준수하는 선에서 봉사와 구호 활동에 힘써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것이다. 김형수 교수는 “많은 교구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밥차 대신 무료 도시락을 제공하는 등 소외계층에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영일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고자 교회 차원에서 모금을 실시한 적이 있다”라며 감염 상황이 심각한 때 종교계가 긍정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논했다. 이로써 종교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에 대응하고 종교인과 비종교인, 나아가 종교와 사회 간에 조성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갈등의 불씨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대립을 심화하고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시선을 조명함으로써 종교계에 위기를 가져왔다. 윤원철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종교계는 종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원적으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며 “혼란스러운 시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방법을 고민할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 윤 교수의 말처럼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위기를 타파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어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비종교인 역시 종교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존의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삽화: 유지원 기자 uz1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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