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수요와 연구중심대학의 본분 고려해야”

외부기관 연계 계약학과 9개로 늘어

‘취업보장형 학과’ 도입 가능해져

학위 취득 후 선임연구원으로 채용

“학문적 자율성 위해 신경써야”

지난달 18일 ‘서울대 계약에 의한 학과 설치·운영 규정 일부 개정안’이 학사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푸드테크학과(농생대), AI융합교육학과(사범대)의 신설이 확정됐다. 이로써 서울대의 계약학과는 △Executive MBA △공기업정책학과 △임상의과학과 △수리정보과학과 △헬스케어융합학과 △임상간호학과(석사) △임상간호학과(박사)의 기존 7개에서 9개로 늘었다. 계약학과는 외부 기관이나 산업체와 연계해 해당 기관 소속 직원의 재교육이나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해 설치 및 운영되는 학부·학과다. 서울대에서는 2019년까지 5개의 계약학과가 운영되다가 작년과 올해 4개가 새로 설치됐다. 2년 사이에 계약학과의 수가 약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작년과 올해 신설된 계약학과는 △AI융합교육학과 △푸드테크학과 △임상간호학과 △헬스케어융합학과다. 이들 학과는 각각 서울시교육청, 농림축산식품부, 연건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과 연계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IT, 인공지능 기술 등 업무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모두 대학원 과정에 설치돼 있으며, 입학 시 일반대학원과 동일하게 서류제출과 면접 및 구술고사를 거친다. 학위과정을 마치면 석·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 중 헬스케어융합학과는 서울대에 처음으로 설치된 ‘취업연계형 학과’다. 헬스케어융합학과에 선발된 학생들은 2년간의 박사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서울대분당병원의 선임연구원으로 채용된다. 헬스케어융합학과 설치를 추진했던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예성준 원장(방사선종양학교실)은 “일반적인 취업연계형 학과와 달리 헬스케어융합학과는 외부 기관이 아닌 학내 기관인 서울대분당병원과 채용이 연계된다”라며 “오히려 의대의 펠로우 과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취업연계형 학과 신설을 위해 지난해 4월 학칙을 변경했다. ‘서울대 계약에 의한 학과 설치·운영 규정’에 ‘산업체 등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자금 지원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교육과정의 운영을 요구하는 경우’가 계약학과로 인정되는 조건으로 추가된 것이다. 예성준 원장은 “당시 서울대에 취업연계형 학과가 허용되는 것에 대해서 대학의 기업 종속화, 연구의 자율성 훼손 등 여러 우려도 있었다”라면서도 “현실 지향적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기에 학칙 개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연계형 학과의 경우 연구 주제가 기업에 맞춰지는 등 학과의 학문적 자율성이 훼손될 수도 있으므로, 학문적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대학에서 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은미 교무처장은 “서울대는 국가에서 설립한 연구중심대학인 만큼 다른 대학처럼 적극적으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다양해진 사회의 학문적 수요에 호응하는 것과 연구중심대학의 본분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부과정에 계약학과가 신설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은미 교무처장은 “계약학과가 일반대학원까지 확대된 것도 1년이 채 안됐다”라면서 “아직 계약학과가 신설되고 운영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부 과정의 경우 연합·연계전공, 전과제도을 확대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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