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사회’ 속 먹방의 다양한 얼굴
‘허기 사회’ 속 먹방의 다양한 얼굴
  • 신재영 기자
  • 승인 2021.02.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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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먹방의 현주소와 미래

시청자 앞에서 실시간으로 음식을 먹는 방송인 ‘먹방’은 2008년 ‘아프리카 TV’를 통해 시작됐다. 초기에는 자극적인 맛의 음식을 대량으로 먹는 콘텐츠 내용 탓에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특색 있는 콘텐츠로 조명받고 있다. 『대학신문』은 먹방이 지속적인 콘텐츠로 자리한 이유를 ‘허기 사회’라는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고, 앞으로 먹방이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지 살펴봤다.

먹방, '사회적 식사'

먹방은 먹는 행위가 상대방과 소통하고 유대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보는 우리 문화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황하성 교수(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오늘날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났음에도 한국에서 식사는 여전히 밥을 먹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 활동이라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라며 “시청자와 가족처럼 대화하는 먹방 진행자를 보며 친밀감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먹방은 2016년 미국 CNN을 통해 ‘사회적 식사’(social eating)라고 소개됐을 정도로 그 독특함을 인정받고 있다. 음식을 먹는 모습을 온라인을 통해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점이 외국인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인기 먹방 유튜브 채널은 미국·러시아·인도 등지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황하성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식사를 강조하는 장면은 외국인에게도 큰 흥미를 유발한다”라며 “우리 식문화에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 특성이 해외에서 주목받으면서 먹방은 최근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부상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직접 요리하며 달래는 '정서적 허기'

먹방이 일회성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 주제로 자리매김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주창윤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는 ‘정서적 허기’ 개념에서 이를 찾는다. 주 교수는 저서 『허기 사회: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에서 정서적 허기를 “경제·사회·관계적 결핍을 마주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이 느끼는 갈증과 무기력증”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때 먹방이 시청자에게 음식 섭취를 통한 신체적 포만감을 보여줌으로써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만족감을 제공해 결핍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범유행 시대에 이르러 정서적 허기를 달래는 먹방의 기능이 강화됐다고 본다. 조해리 브레인트레이너는 “먹방의 콘텐츠 성격을 단순히 식욕을 자극하거나 대리만족을 주는 데서만 찾는 것은 해당 콘텐츠의 의의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시청자들은 먹방 출연자의 총체적인 식생활을 바라보면서 넓게는 그 사람의 일상과 인생관에 공감을 느껴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하성 교수는 “배달 음식 먹기를 컨셉으로 잡았던 초기의 먹방과 달리 현재는 간단하고 건강한 조리법과 관련된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시청자의 정서적 허기를 채우고 있다”라며 먹방이 단지 ‘많이 먹기’에 집중하는 오락성 콘텐츠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반 유튜브에서 큰 화제였던 ‘달고나 커피 레시피’가 그 예시다. 레시피가 공개되자,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던 와중 SNS를 통해 가정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인증 영상을 올리는 것이 유행했다. 주수정 씨(상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는 “달고나 커피의 유행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먹방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끊기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소통의 수단으로도 여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먹방의 미래는?

오늘날 먹방은 먹기 이외의 소재를 추가하거나 출연자의 일상까지 보여주는 식생활을 선보이며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기획되고 있다. 주수정 씨는 “현재 먹방은 이전처럼 음식을 먹는 것 그 자체를 보여주려는 제작 방식을 벗어남으로써 이미 레드오션이 된 콘텐츠 시장에서 생존할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음식과 관련된 문화적 요소를 다루며 흥미를 더하는 콘텐츠가 그 예시다. 주수정 씨는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윤스테이〉를 예시로 들며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계기로 한국 문화에 입문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도 연예인들의 요식업 체험기를 다루는 등 여러 소재를 적당한 비중으로 분배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라고 평가했다.

개인의 식생활과 일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콘텐츠 또한 최근 먹방이 따라가고 있는 제작 방식이다. 2013년 방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MBC의 〈나 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골프 선수 박세리와 개그우먼 김민경이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은, 시청자가 출연자의 일상과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도록 해 자신의 삶에 행복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황하성 교수는 이런 현상은 “‘건강하게 먹기, 건강하게 살기’라는 패러다임이 콘텐츠 안으로 들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해리 브레인트레이너는 “앞으로의 먹방은 인위적인 연출 없이 출연자의 일상에 녹아 있는 식생활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방식으로 제작될 필요가 있다”라며 먹방이 단지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콘텐츠로도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코로나19 시대의 먹방은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감각적인 만족을 선사하는 차원을 벗어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일상을 담아내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먹방이 소비되기만 하는 결과물로서의 음식에 주목할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삶까지 소탈하게 비춰, 개인의 허기를 달랠 참신한 내용으로 기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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