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62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고황(膏肓)」의 작가 이진우 씨(국어교육과·17)의 작품을 싣습니다.
에디슨 수면 클럽
상시 모집합니다
모집 인원: ○명
가입 자격: 비자발적 수면 부족 경험자
자고 싶은데 할 일이 남았다고요?
바로 당신을 위한 클럽입니다
<모두의 자고 싶은 만큼 잘 권리〉
만성 피로, 수면 장애, 성취 중독
자기 착취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잠은 인생의 사치이자 낭비”1)?
이제는 새로운 구호가 필요합니다
<잠의 주체성 회복, 에디슨으로부터의 혁명〉
밤잠을 헌납하고 일하는 사람부터
5분만 더 게으르고 싶은 사람까지
모두 E.S.C.(Edison Sumyeon Club)로 오세요
회원 인증: 노트북, 컴퓨터의 ESC 키에 표식을 남기세요
<우리는 가난한 잠과 연대합니다〉
자매 클럽
발자크 커피 클럽(B.C.C.)도 절찬 모집 중
작성일: 2021-02-13 03:49
문의처: edison.sumyeon.club@gmail.com
1) 발명가 에디슨의 수면철학으로 알려진 말입니다. 출전은 확인하지 못했음을 고지드립니다.
자라고 있는
고구마에서 보랏빛 꽃이 핀다
생장점이 어두웠겠지
피어나는 냄새가 비린 건 나뿐일까
정면으로 빛을 받고 나는 그림자가 된다
그늘은 지겹고 햇빛은 어지러워서
모호한 조도에서 경계가 조금 흐려진다
깜깜한데 피어나는 것은
자기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모르면서 자랄까
어떻게
자라려는 몸짓이 서툰 게 나뿐일까
그림자가 물 탄 듯 일렁이고
땅이 따뜻해져 아지랑이가 핀다
피어오르는 것은 또 왜 숨이 막히는지
아침 하늘은 물빛이고
물 오른 연둣빛 은행잎들이
하나씩 떨면서 하나로 나부끼는
이런 날에는 죽기 싫다고 생각한다
감은 눈꺼풀이 노래져
암실이 순간 환해진다
잘하고 있다는 말이 맺혔다 사라진다
눈썹뼈가 욱신거리는 날짜는
누군가의 생일이겠지
깜깜하던 마음에서 싹이 나
안녕할까
慶 覆蓋工事完了 祝
언젠가부터
개천에서 용 나는
꼴을 못 보겠다고
수군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