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한 협력이 요구됨에도 정치권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문제를 두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언론 역시 정치권의 공방을 확대 재생산하며 국민들의 ‘백신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AZ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방역 실패를 정치적 이슈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AZ 백신은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연합이 사용을 승인·권고한 백신이다. 논란이 됐던 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안전성이 아니라 효용성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미 해당 백신을 고령층에 접종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접종 대상을 확대해 ‘합병증이 있는 65세 이상’도 맞을 수 있게 했다. 벨기에, 헝가리, 독일도 잇따라 접종 연령 제한을 완화했다. 백신 접종이 가속함에 따라 축적되고 있는 임상 데이터 역시 AZ 백신의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이에 더해 일부 언론은 속보 경쟁으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사를 남발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AZ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자, 언론은 사망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문제는 ‘백신 접종 후 사망’과 ‘백신으로 인한 사망’을 교묘히 호도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와 세계적인 접종 추이에 따르면 백신 부작용이 목숨을 잃은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 일부 언론은 사인을 단시간 내에 증명할 수 없다는 허점을 악용해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한편으로 정부와 방역 당국이 이런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각국이 벌이고 있는 백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양상을 보였다. ‘고령자에 대한 신중한 접종’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앞세워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AZ 백신 접종을 연기해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제때 ‘방역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정부와 일부 야당 인사와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이다. 백신의 정치화로 지금 당장 논의돼야 할 문제들이 가려지고 있다. 

무의미한 정치적 공방의 빈자리를 생산적인 문제 제기로 메워야 한다. 방역의 정치화를 경계하며 가능한 한 신속히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인 직접 개발·직접 생산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구체적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외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짐과 동시에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변이 등 추가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도개강 시기를 맞아 입국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지금,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언론의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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