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학신문』 기자였던 나는 3월 첫 주 발행되는 『대학신문』 ‘입학호’를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 여겼다.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니 만들기는 하는데 다룰 수 있는 내용은 뻔했다. 3월이 다가오면 신임 문화부장은 ‘캠퍼스 탐방 안내’ ‘지원 프로그램 소개’ 등 고만고만한 아이템을 조금이라도 변주해보려고 머리를 싸매곤 했다. 구성이 비슷하기로는 매 학기 졸업호의 사정도 비슷해서, 나는 기자 퇴임 후 졸업호를 두고 “의도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박제된 특집’ “코너가 같고 내용도 같으면 그거야말로 지면 낭비”라는 자못 냉소적인 의견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입학식은커녕 캠퍼스에 수업 한 번 못 와본 신입생들이 생기고, 미뤄지는 개강 때문에 『대학신문』에서 입학호를 발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줄이야. 이번 호 리뷰를 위해 작년 신문을 찾아보던 중 작년에는 입학호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입학호는 신입생들이 제때 입학을 해야지만 발행할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3월만 되면 부쩍 늘어선 자하연 식당의 줄 때문에 투덜거리던 평범한 일상이 못내 그리워진 것처럼 해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무시했던 입학호가 올해는 발행돼 예년처럼 입학식 기사, 새내기 인터뷰가 실린 걸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히려 과거와는 반대로 오랜 세월 입학호의 고정 코너였던 ‘새내기 특집’ 면이 대폭 줄어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몇 년 치 신문을 모아 보니 새내기 관련 코너를 간소화하는 것은 최근 『대학신문』의 전반적인 추세인 듯하다. 동문과 교수, 총학생회장의 입학 축하사는 2014년 1870호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고, 새내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새터며 오티 사진은 2016년 1916호 이후 지면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2019호에서는 그나마 입학호의 명맥을 이어오던 ‘신입생 명단’까지 사라지고 나니 열여섯 면 가운데 신입생을 위한 지면은 4면 하나뿐이다. 10년 전 2011년 입학호에 ‘새내기 특집’ 면이 두 면, 캠퍼스 소개 한 면, 새터 사진 기획 한 면, 신입생 명단 두 면으로 총 여섯 면이 새내기를 위해 할애됐던 것과 비교하면, 입학호라는 별칭 자체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예전과는 입학 시즌의 풍경도, 『대학신문』의 역할도 많이 바뀌었으니 입학호의 구성도 그에 따라 변화하는 게 응당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학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닐 테다. 입학식도, 신입생 환영회도 비대면이라 캠퍼스에서 새내기를 맞이하는 기분이 전혀 나지 않는 이 시국에, 『대학신문』이라도 새내기들을 위한 지면을 좀 더 마련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예전에는 ‘틀에 박혔다’라고 비판했던 고정 코너들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가는 『대학신문』만의 항상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옥지

동양사학과 박사과정·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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