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국내 인디 음악계의 좌표를 짚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은 정밀아의 『청파소나타』, ‘올해의 음악인’은 이날치, ‘올해의 신인’은 김뜻돌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들은 모두 독립적인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음악계는 이들을 거대 자본의 영향력에서 독립돼 있다는 뜻으로 ‘인디’(indie)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최근 대중예술계가 인디 아티스트에 주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인디 음악의 특성과 이에 대한 논의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인디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인디계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봤다.

20여 년간 쌓아온 인디의 이야기

인디 음악은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라는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며 한국 음악계에 첫걸음을 디뎠다. 이소진 교수(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는 인디 음악은 “특정한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채 독립적 시스템을 갖춘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비주류 음악의 입지가 넓어지자 인디 음악은 1990년대에 이르러 홍대에 중심 거점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디를 규정하는 방식은 불명확해졌다. 처음 인디가 등장한 때로부터 약 25년이 지난 지금, 인디 음악이 지향해 온 음악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음악적 순수함’이 현실에 부딪히며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대 앞이 인디 음악의 거점이 된 이래로 이런 특성이 인디 음악을 확고히 대표하게 되자, 대중은 인디를 ‘상업화와 거리가 먼 음악’이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런 탓에 인디계에서 시작한 음악인이 대중적 성공을 거뒀을 때, 그를 여전히 인디 음악인이라 칭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도 많다. 10cm·검정치마·자우림과 같은 가수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인디는 창작의 측면에서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지 자본 자체가 없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인디밴드 ‘아도이’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 ‘Commercial Indie’(상업적인 인디)가 대표하는 것처럼 최근 인디계에는 독립을 통해 음악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정신과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에 맞춰 변화하는 인디음악

최근 음악계에서는 비주류인 인디와 주류인 대중음악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플레이리스트와 키워드 중심의 음악 소비 패턴에 있다고 말한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오늘날 비대해진 음악 시장에서 사람들은 ‘감성적인 밤에 어울리는 음악’ ‘일할 때 듣는 음악’처럼 분위기와 상황으로 노래를 검색한다”라며 “음원 순위에 따라 음악을 구별해 감상하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짚었다. 이소진 교수 역시 “한국대중음악상이 인디를 별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지 않고 대중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대중음악 시장이 확대되며 인디 역시 음악계의 흐름에 편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디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인디계가 소위 주류라 불리는 음악계와 협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해 아이돌 가수 청하와 1인 밴드 검정치마가 합동 작업물인 ‘X(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YG·SM·로엔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는 더블랙레이블·발전소·문화인 등 인디 레이블을 산하에 설립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에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인디 아티스트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 음악적 존중이 공존한다는 이상적인 가정에 따르면 대형 기획사의 인디 레이블 설립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레이블이 아티스트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거나 아티스트가 레이블의 특성에 동화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인디는 상업화의 물결에 얽매이지 않은 독립된 음악 정신을 뜻하는 것임에도, 대중은 여전히 인디 음악을 가요적인 색채를 띤 감성적인 ‘인디 팝’이라고 통칭하곤 한다. 김윤하 평론가는 “인디 아티스트도 이전보다 유행을 의식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라며 “자신의 음악 색깔을 정하지 못한 아티스트는 대중의 이목만을 끌기 위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라고 짚었다. 홍대 공연장 ‘프리즘홀’의 대표인 이소진 씨는 “최근 들어 인디계에서 유행을 따라가는 ‘장르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라며 “장르의 폭이 넓어져야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다양하게 배출돼 인디가 대중음악의 한 줄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 다양해질 인디음악의 미래

인디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히려 인디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잔나비나 크라잉넛처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도 인디 뮤지션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아티스트도 많아지고 있다”라며 “주류 음악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효력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앞으로는 더 다양한 활동방식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컴퓨터 음악과 ‘홈 레코딩’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디 음악의 창작 영역이 넓어지리라고 전망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오늘날에는 소위 ‘방구석 인디’라고 불리는 ‘베드룸 아티스트’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라며 “맥북의 ‘Garage Band’ 어플리케이션처럼 가상 악기를 이용해 실제 연주를 하지 않고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인디 아티스트의 활동 양상이 지금보다 훨씬 개별적으로 변하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윤하 평론가는 “파스텔뮤직이나 해피로봇처럼 아티스트의 작업을 유의미하게 보조하는 레이블의 수는 현저히 감소한 상태”라며 “동호회나 모임 형태의 느슨한 레이블이 많이 등장했고, SNS를 이용해 음악 제작·유통·홍보를 직접 수행하는 아티스트도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인디 음악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철학은 여전히 문화예술의 한 축을 이룬다. 인기와 영합해 유행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일궈내려는 정신은 오늘날 대중예술계가 잃어버린 음악적 순수를 일깨워준다. “인디는 문화예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창작의 샘물이자 호수이다”라는 김윤하 평론가의 말처럼, 인디의 정신이 우리의 문화예술을 더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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