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김나연 기자
취재부 김나연 기자

이번 특집 마감은 정말 힘들었다. 갑자기 편도선이 붓는 바람에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면서 이틀을 내리 앓았는데, 발행일이 코앞이라 마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열이 끓는 머리로 기사를 읽고 고쳤다. 그런데 아파서 짜증이 많아진 건지, 내 기사가 점점 엄마 잔소리처럼 읽혔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맞는 말보다는 짜증나는 맞는 말에 가까웠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라” “핸드폰 어두운 곳에서 보지 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처럼. 알면서도 소홀히 하던 일들을 괜히 찔린 것처럼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학생회 특집은 사실 거창한 문제를 다루려고 기획한 기사가 아니다. 사라진 것도 학생회장의 일부일 뿐이지 모든 학생회장이 아니고, 학생회장이 없는 단위에서도 권한대행들이 학생회 유지를 위해 힘써주고 있다. 때문에 커다란 메시지나 부조리를 담은 다른 기사와 비교했을 때 영락없는 잔소리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우들에게 많은 이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할 기회가 한 번쯤은 있었으면 했다. 세상에는 소홀히 하다가 영영 잃게 되는 것도 있으니. 

물론 내가 특별한 인간성을 가져서 다른 사람과 달리 그 무엇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나야말로 소홀하기에 일가견이 있다. 떨어져 사는 엄마에게 일주일에 전화 한 통 할까 말까 하는 주제에 남들에게 학생회 소홀히 하지 말라는 주제로 기사 쓰겠다고 자기 건강까지 소홀히 해가며 꾸역꾸역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꼴이 스스로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소홀히 하는 일들은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꼭 필요하지 않아서다. 둘도 없이 소중한 일도 당장 급한 일이 생기면 잊어버리는 건 금방이다. 그래서 기사에서는 학생회의 어려운 상황만큼이나 학생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사에는 쓰지 못했지만 사실 학생회가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전공 공부에 바빠 학생회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는 것도 모두 이해가 된다. 주변만 둘러봐도 과제나 공모전, 동아리에 허덕이며 툭하면 밤을 새우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바쁠수록 잊기는 쉽고 꾸준히 관심을 두기는 어렵다. 어려운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어려운 거 알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 이해와 별개로 중요한 건 중요한 거니까. 당신의 관심사 원 안에 학생회가 발을 들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물론 모든 학생회가 그렇다고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학생회는 여러분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며 모두가 그 노력에 의지하고 있음은 변함없는 사실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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