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년, 촛불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은?
문재인 정부 4년, 촛불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은?
  • 김대은 사회문화부 차장,신다솜 기자,구효주 기자
  • 승인 2021.03.0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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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① 촛불집회 이후 한국 정치의 현황

2016년 촛불집회는 국민이 헌법을 어긴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치의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집회 참여자들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하며 여러 개혁을 시도했지만, 촛불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득권적 면모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으며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 촛불 정신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학신문』은 두 차례 연재를 통해 촛불집회 이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짚고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나아갈 길을 짚어봤다.

 

촛불 정신과 촛불 정부의 등장

◇촛불집회는 무엇이었나=2016년 촛불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국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던 한국 정치사의 큰 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촛불집회를 “선거로 해결할 수 없는 긴급한 사안을 국민이 헌정 민주주의에 따라 민주적으로 통제했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모든 국민이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국정농단에 분노해 모여 국민 대통합을 이뤘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회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집회는 대통령 탄핵을 넘어 정경유착 체제 자체의 개편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촛불 혁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집회를 민주적 ‘혁명’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관점도 있다. 체제를 뒤엎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헌정 질서에 따라 국민적 의사가 표현됐기 때문이다.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평화롭게 시위를 했고, 국회가 탄핵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인용해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혁명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촛불 시민의 요구는 무엇이었나=촛불 정신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보기에 앞서 촛불 시민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요구는 이전 정권의 부패를 해결해 ‘적폐 청산’을 이뤄내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기업이 연루된 정경유착 문제를 해결하라는 외침이 컸다. 또한 이전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은 민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표자가 선출되기를 원했다. 강원택 교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반공주의·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고 새로운 통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박근혜 정부 퇴진에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종민 의원
김종민 의원

 

보다 근본적으로, 빈부격차와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촛불 시민의 요구였다.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사건에 반발해,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광화문과 이화여대에서 집회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종민 의원은 “특권과 반칙이 없으면서 기회의 평등과 상생의 경제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핵심 메시지”라고 말했다. 황도수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 역시 “촛불 시민이 원했던 새 체제는 자유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경제적 문제를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 권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도수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황도수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권력 구조를 개편해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치 개혁을 시행하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국정 활동이 실질적으로 양당제로 운영돼 온 탓에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져 제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국내 유권자들의 내적 효능감*은 높은 반면 외적 효능감*은 낮다”라며 “그래서 투표보다 시위나 국민 청원과 같은 대안적 참여 수단을 더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실질적 다당제로 국회 구성을 전환해 지금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태훈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국회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는 선거 제도여야 올바른 정치가 가능하다”라며 “협치의 국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당제가 실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촛불 정신은 촛불 정부에 어떻게 반영됐나=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꿈꿨던 촛불 정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와 공약 곳곳에 반영됐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목표 아래 △검찰개혁 △개헌 △국민 참여 확대 △공정한 인사 등을 약속한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문 정부가 “지금까지 누적된 국정농단의 폐해를 치유하자는 촛불 민심을 충실히 대표해 왔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연구원 정병순 선임연구위원 역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늘리라는 촛불 민심에 따르고자 ‘광화문 1번지’를 신설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을 체계화해 참여적인 정부로의 정책적 틀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촛불 정신과 부합하는지에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예비당원협의체 ‘더 새파란’ 김가진 운영위원장은 “당정이 정치 문화의 총체적인 개선을 촉구했던 촛불 민심을 전반적으로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권력의 폐단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발맞춰 검찰개혁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현재 상황이 그 예시”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원택 교수는 “촛불집회에는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진 ‘박정희 패러다임’을 종식하고 새로운 통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드러난 반면 문재인 정부는 또 다른 차원에서 그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연욱 의장 또한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만 내세운 채 여전히 친재벌·친기업적 정책을 고수하는 중”이라며 “국가가 노동자의 존엄성을 보호할 정책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촛불 정부, 무엇이 문제인가

◇구적폐의 청산, 신적폐의 등장?=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약속한 제1 과제는 적폐 청산이다. 촛불 정부의 설립이 가능했던 이유가 전직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국민의 분노에 있었던 만큼, 이전 정권의 부패를 해결해야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이전 정권 인사들의 잘잘못을 가려내 기소 처분했고 다수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국정농단을 넘어 보수 정권에서 발생한 권력형 비리에 얽힌 인물들에 대한 형사처분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강원택 교수는 “특정 인물에 대한 처벌 외에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정부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라 지적했다. 다만 김종민 의원은 “제도를 개선하려면 국회의 입법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초기에는 국회 의석 구성의 한계로 원활한 입법이 불가능에 가까웠다”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내린 강경한 형사 조치는 역으로 정부에 화살이 돼 날아오기도 했다. 현 정부 인사들도 ‘적폐’로 수사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19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벌어진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웅동학원 논란과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 등이 불거지자 검찰은 조국 일가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배우자 정경심 교수(동양대 교양학부)와 친동생 조권 씨가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수사권 조정에서 수사청의 등장까지=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또 다른 구호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었다. 과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특정 인물에게 ‘봐주기 수사’를 했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위해 이뤄진 작업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2018년 발표된 협의안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6대 범죄를 제외한 검찰의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갔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경찰 수사를 검찰이 통제해야 그 과정의 인권 침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라며 “정부의 수사권 조정은 기본권 보호를 위한 통제 수단을 없애고 경찰의 권한만 더 강화한 것”이라 비판했다. 이형기 교수(의학과)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보하고도 내사 종결했다”라며 수사권 조정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국민의힘 김웅 의원

이후에도 정부는 검찰의 기능과 권한 일부를 다른 기관에 이전하는 데 주력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목표로 지난 몇 년간 논의돼 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이전한 것이다. 이에 안철수 대표는 “19대 대선 때 내가 공약했던 공수처와 지금의 공수처는 완전히 다르다”라며 “(공수처 인사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 무력화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법 개정으로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가 기존 7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낮아져 야당 몫의 2명이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공수처 설치 이후 현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을 이관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검찰은 공소청으로 바뀌어 기소와 재판만 담당하고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나눠 맡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렴하는 과정 없이 법안을 성급하게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모두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더 토론해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철수 대표도 해당 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정권에 대한 수사를 원천 차단할 우려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검찰의 정권 수사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려 한 것은 물론이고 정경심 교수·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김경수 경상남도지사 등 ‘친정부’ 인사를 재판에 넘긴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기 때문이다. 하태훈 교수는 “지난 1년간 검찰개혁은 제도 개선이 아닌 법무부장관-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대체돼 개혁의 원래 목적이 다소 흐려졌다”라며 “이 때문에 검찰개혁의 의도가 정권의 검찰 통제로 해석될 우려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이란 무엇인가=‘공정’은 현 정부에서 가장 논란이 된 키워드 중 하나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결성·인천국제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화 사태·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사건과 같은 여러 논란을 겪으며 과연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야당과 2030 세대는 정부가 대의 실현을 명분으로 공정을 져버려 ‘역차별’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형기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매입 허가제나 대출 규제도 젊은 계층의 진입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불공정’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정부가 출범 초기에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정부는 1인 1주택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놨으나, 정작 청와대 비서관들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특히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다주택을 정리하라는 요구에 사의를 표하면서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웅 의원은 “정의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척도를 적용해야 한다”라며 “정부와 여당은 평소 성평등을 외치면서도 당 내부 인사가 연루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가리켜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하는 등”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입법은?=문재인 정부의 큰 과업 중 하나였던 공직선거법 개정 역시 국회에서 여러 차례 퇴행을 겪으며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대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 30석에만 ‘연동형 캡’(상한선)을 적용하는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신속처리안건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거대 양당 중심의 국회 구조를 개선하고 다양성을 증진해 민의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양당은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 대부분을 가져갔다. 정연욱 의장은 “지난번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 당시 거대 양당의 꼼수 논란으로 정의당이 국민으로부터 얻은 득표가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라며 “국민의 지지를 투명하게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당시 정당이 민주적인 투표와 경선 제도를 통해 비례대표를 선출하지 않으면 당선 무효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비례대표 선출 관련 조항이 개정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정기 국회에서는 해당 조항이 삭제된 채 재개정안이 통과되며 인물 위주의 비례대표 공천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촛불 정신의 핵심인 입법 영역에서도 정부 여당의 행보가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의정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례로 여당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처럼 입법 요구가 많은 법률의 제정을 여타 이익집단과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미루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50인 미만 사업장 3년 적용 유예 등의 조항이 추가돼 불완전한 형태로 입법됐다. 하태훈 교수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국회가 작동하는 것은 유권자의 표심에 부응해 의석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므로 의회 독재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유권자와 약속한 입법 처리에 주저하고 처음보다 후퇴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개혁에 반대하는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입법의 강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여야 양쪽이 타협하며 민주주의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반박했다.

한편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강화를 위한 노력이 형식적 수준에 그쳐 있다는 문제도 있다. 국민의 뜻을 정치에 직접 반영하기 위한 절차로 국민발안·국민소송·국민참여예산 등의 제도가 있지만 현재 그 가운데 국내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대표는 “촛불 시민은 소수의 의원이 자의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국민의 영향력을 확대할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발안과 국민소송제도는 도입되지 않았으며 국민참여예산 제도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팬덤의 등장, 정치의 실종=현 정부의 강성 지지층을 뜻하는 ‘친문’과 ‘문파’는 이제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됐다. 이들은 탄핵 이후의 대통령 선거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도 문파의 전략적 지지가 컸다. SNS에서 이들 사이에 ‘당 대표는 기호 1번 이낙연, 최고위원은 기호 1번 신동근과 8번 김종민’을 뜻하는 ‘118 운동’이 벌어졌고, 해당 후보들은 실제로 당선됐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서초동에서는 조국 수호 집회가 열리는 한편 정경심 교수를 구속한 판사를 탄핵하라는 국민 청원이 약 40만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일부 정치인은 이런 ‘팬덤 현상’이 선거나 입법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지지를 규합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노사모’의 힘이 컸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팬덤 위주 정치가 과열될 경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한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면밀하게 따지기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정책이면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김웅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FTA의 사례처럼 팬덤 정치는 정치인의 입법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기능도 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소수 의견을 억압하는 등 부정적인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도 “정치 팬덤의 등장은 한국에 참된 정치가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인을 숭배하는 듯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치 팬덤은 역설적으로 정치가 실종되는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이 특정 정치인에게 집단 항의 문자를 보내거나 특정 정당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을 작성하는 풍토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해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견해다. 민주주의 이론가 최장집 명예교수(고려대 정치외교학과)는 논문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에서 “조직된 다수가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이견이나 비판을 공격하는 상황을 만들어 사실상 언론 자유를 제약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 소장파로 불린 금태섭 전 의원은 당론으로 채택된 공수처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무수한 지탄을 받았다. 이형기 교수는 “정치 팬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모든 비판을 공격이라 해석하곤 한다”라며 “이들의 사이버 테러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위협을 가함으로써 비판의 여지를 완전히 없애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표 역시 “정치인이 지지자의 이익을 수호하는 행위가 참된 정치인데, 한국에서는 반대로 정치인의 이익을 지지자가 수호하려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짚었다.

촛불과 함께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검찰개혁·선거제 개혁 등 여러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집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가격 폭등·부적절한 인사·공정성 등의 논란을 겪으며 촛불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 또한 보여줬다. 약 1년 정도의 임기가 남은 지금,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을 극복하고 촛불 정신을 잘 계승하며 집권 막바지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대학신문』은 다음 주 2021호에서 각계각층 전문가의 입을 통해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적 효능감: 자신이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필요한 자원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개인의 주관적 지각

*외적 효능감: 시민의 요구에 대응하는 정치 기구나 공직자의 반응성에 대한 신념

 

삽화·인포그래픽: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레이아웃: 양수연 기자 didtndus01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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