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허와 실] ②이보다 더 열악할 순 없다
[대학원의 허와 실] ②이보다 더 열악할 순 없다
  • 김성규 기자
  • 승인 2005.03.26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해 서울대는 최근 뛰어난 연구 성과를 연일 발표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구성과의 이면에는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 교수와 대학원 연구생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 가파른 등록금 인상, 연구 환경은?
올해 공대 대학원의 등록금은 299만 1천원, 미대는 364만 7천원, 수의대는 437만 3천원으로 2000학년도에 비해 각각 132만 8천원, 151만 6천원, 189만 3천원이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화학부의 한 연구생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등록금 인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에 걸맞는 연구환경 개선과 연구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부실장 최재필 교수(건축학과)는 “대학원생들이 체감을 못할 뿐 연구환경은 예전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며 “교수 1인당 학생비율도 줄었고, 교수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도 모두 연구환경개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부족한 연구자료
국내 대학 도서관 중 장서 보유수 1위를 자랑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장서수는 현재 247만여권. 2003년 기준으로 하버드대의 장서 수는 1518만권, 도쿄대는 812만권 정도인 것을 비교하면 국제적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학술지의 종류나 도서구입비 역시 세계 대학 순위 10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대 도서관에 대해 인문대의 한 대학원생은 “학과 도서관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중앙도서관에는 원하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그나마 있는 자료조차 제대로 정리가 돼있지 않아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화학부의 한 석사 연구생은 “교수들이 연구비를 모아 유명 학술 저널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술 저널에 대한 수요는 학교 차원에서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박재석씨(경영대ㆍ박사과정)는 “경비 문제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외국의 학회 세미나를 CD 자료로 만들어 배포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 공간부족과 열악한 연구시설
얼마 전 자연대 20동 전체가 한시간 반 가량 정전돼 사용중이던 실험기구가 모두 정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오창재씨(생명과학부ㆍ박사과정)는 “20동이 원래 실험실 용도가 아니었는데 개조해서 쓰다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낙후한 건물과 시설 문제를 지적했다.
자연대는 연구기기나 냉장고를 배치할 공간이 부족해 실험기구가 복도에 비치되고 있다. 한편 인문대는 대학원생 1인당 하나씩 책상을 배정할 공간이 부족해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 잘 나오지 않고,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공간부족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BK21 대학원 전용시설 구축 사업에 의해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0월에 완공되는 공대 건물을 시작으로 내년 12월에는 자연대 연구동이 완공되고, 올해 5월에는 인문계 대학원 연구동이 착공될 예정이다.

또 인문계는 20~30명 이상이 이용하는 연구실에 컴퓨터가 한대씩만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연구를 위해 마음놓고 사용하기 힘들다. 박재석씨는 “학교에서 연구생들에게 노트북을 대여해주는 제도를 마련해 대학원생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연대 연구생의 경우 실험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실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리학부의 한 연구생은 “비싼 실험 재료나 기구를 쓰는 실험은 포기하거나 외국에 나가서 실험을 하고, 국내에서는 데이터만 전송받아서 분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또 오창재씨는“식물을 연구하는 데 온실이 없어 실험재료를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실험의 규모가 외국 대학보다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 실험실 안전문제 적신호
연구시설의 낙후와 연구비부족 문제는 안전문제와 직결된다. 이성주씨(화학부ㆍ박사과정)는 “원칙적으로 실험할 때는 라텍스 재질의 장갑을 끼고 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그냥 1회용 비닐장갑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또 익명의 수의대 연구생은 “생물학 실험의 위험도(Biosafety Level)가 높은 광우병 실험같은 경우는 실험장비가 없어 못하고 있다”며 “후드시설이 미비해 병원성 세균이나 위험한 시약을 다루는 실험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위험한 화학약품을 다룰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화학부의 한 연구생은 “외국의 경우 EtBr(발암물질의 일종)을 다루는 방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공간문제로 실험실에서 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얼마전 한 연구생이 폐액통을 떨어뜨려 건물 전체에 악취가 진동했지만 경보시설이 없어 학생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몸에 해로운 공기를 마셔야 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