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에서 방치되는 고서들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는 고서들
  • 김민선 기자
  • 승인 2021.03.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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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학과 자료실 운영난 토로

인문대 학과 자료실 관리 어려워

도서 목록 데이터베이스 등록 안 돼

중앙도서관 예산 문제로 지원 중단

각 학과에서 관리 체계 만들어야

지난 2018년 중앙도서관의 도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원이 중단된 후 일부 인문대 학과 자료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대 도서관은 중앙도서관과 9개의 분관도서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외에 70여 개의 학과 및 연구소 자료실이 있다. 중앙도서관이 직접 담당하는 도서관과 달리 학과 자료실은 과별로 관리한다. 일부 학과에서는 미흡한 관리 체계와 예산 문제로 고서가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어국문학과 자료실 내 도서들이 쌓여있는 모습
국어국문학과 자료실 내 도서들이 쌓여있는 모습

◇인문대 과 행정실, 자료실 관리 어려움 토로해=일부 인문대 학과 자료실은 별도의 관리 지침 없이 조교 또는 근로장학생이 돌아가며 관리한다. 담당자 재량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도서 체계 등 자료실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불어불문학과 행정실 관계자는 “조교가 바뀌면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며 “학기 단위로 담당 조교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도서 관리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신착 도서 목록이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업데이트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17년까지는 중앙도서관이 각 인문대 학과 자료실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원해 도서관 검색으로 자료의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2018년부터는 예산 문제로 지원이 중단됐다. 서양사학과 조교는 “책이 대출 중이거나 분실된 경우에도 이를 전산상에 업데이트하지 못한다”라며 “도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료실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와 문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행정실 관계자 역시 “현재 여러 학과의 신착 도서 전산화가 정체됐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료실 관리의 어려움으로 아예 자료실을 없애거나 다른 공간으로 대체한 학과도 있다. 서어서문학과는 자료실의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처분하고 그 공간을 강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철학과도 일부 도서를 중앙도서관으로 이관하고 최소한의 자료만 남겨 자료실을 학생 복지 공간으로 바꿨다.

◇예산과 직결된 자료실 관리=많은 학과는 자료실 관리 어려움의 원인으로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불어불문학과 행정실 관계자는 “학과 내부의 예산으로 도서를 관리하기 쉽지 않다”라며 “신착 도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업체에 연락했지만, 가격이 비싸 실행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신간 도서를 정기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이로 인해 학과 자료실은 고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학생들의 이용률은 자연스레 떨어졌다. 서양사학과 조교는 “옛날 책밖에 없으니 도서 회전율이 높지 않다”라면서도 “이용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돈을 들여서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학과별 자료실 관리를 위해 이전처럼 중앙도서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독어독문학과 행정실 관계자는 “예전처럼 중앙도서관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원하면 관리가 보다 더 원활할 것”이라며 “2018년 이후 새 책의 데이터를 하나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도서관에서 모든 학과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중앙도서관은 2018년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필요한 용역비를 부담할 예산이 부족해 지원을 중단했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중단하기 전에 각 과의 수요를 조사한 결과, 사업을 발주할 만큼의 수요가 없어서 중단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앙도서관에서 모든 학과의 자료를 관리할 수는 없다”라며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문제가 아니라 단과대별로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학과별로 관리 체계 마련해야=학과 자료실의 관리를 위해서는 중앙도서관의 협조와 더불어 단과대 또는 학과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연대 수리과학부의 경우 도서 자료실인 수학도서관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중앙도서관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출 및 반납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운영은 조교나 근로장학생이 아닌 전문 사서가 담당한다. 수학도서관 윤지혜 사서는 “도서관 관리에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교수와 학생들이 협력해 해결한다”라며 “도서관 관리를 위해서는 학과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학과 자료실은 중요한 공간이다. 학과 자료실에는 중앙도서관과 중복되는 도서뿐 아니라 중앙도서관에 없는 학과 도서들이 보관되고 있다. 독어독문학과 행정실 관계자는 “독일어로 된 책들이 중앙도서관에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문학뿐만 아니라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자료실의 가치를 설명했다. 윤석용 씨(서양사학과·18)는 “각 학문 간의 경계가 희미한 인문학에서는 다른 학과의 책을 빌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인문대의 모든 자료실이 시설과 시스템을 갖춰 공개적이고 편리한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사진: 이연후 사진부장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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